경찰이 ‘버닝썬 게이트’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건의 핵심인 경찰 고위직의 유착 의혹 입증이 더뎌지면서 ‘제 식구 감싸기’ 혹은 ‘곁가지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경찰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국민권익위는 지난 11일 대검에 승리의 해외투자자 성접대 의혹과 경찰과의 유착 정황 등이 담긴 자료 등을 이첩,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힌 만큼 수사지휘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서울청 차장을 수장으로 서울청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사이버수사대, 마약수사대 등 15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내놓은 수사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경찰유착 의혹은 버닝썬 게이트의 출발점인 김상교(28)씨의 폭로에서부터 제기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버닝썬 이사 장모씨와 보안 요원들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경찰에 신고했으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도리어 자신을 폭행하고 입건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 어머니로부터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는 112신고 사건 처리표와 현행범 체포서, CCTV 영상 등을 확인한 끝에 당시 경찰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김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과장해서 기록했다는 결론을 냈다.
현재까지 제기된 경찰유착 의혹은 김씨 사례를 포함해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무마, 승리 등이 투자한 음식점의 변칙영업 신고 무마 청탁 등 총 5건이다. 이와 관련해 전직 경찰관 1명이 구속됐고 현직 경찰관 5명이 피의자로 입건됐지만 이후의 수사는 답보상태다.
먼저 승리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 총경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줬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윤 총경은 2016년 7월 승리와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 등이 투자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한 힙합 라운지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됐을 때 처벌 수위를 낮추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총경은 승리와 유 대표 등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골프 비용을 누가 냈는지, 실제 돈이 오갔는지 등은 아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버닝썬 이성현 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직 경찰 강모씨는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유착 의혹을 신속·명확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신뢰도가 떨어져 자연스럽게 수사를 믿고 맡겨야 한다는 당위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경찰 유착 의혹 수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위법 여부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의 A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을 앞둔 시기에 경찰이 불필요한 허점을 노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조직 구성원에게 잘못이 있다면 뼈를 깎아낸다는 심정으로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여론이 가진 의구심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착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찰은 버닝썬의 탈세 의혹 관련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버닝썬 회계자료에서 일부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포착돼 계좌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린 사모’라고 불리는 대만인 투자자와 관련해서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매체는 버닝썬에 거액을 투자한 린 사모가 버닝썬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린 사모가 자금 세탁을 위해 지인들의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버닝썬의 지분 구조는 버닝썬이 위치해 있던 르메르디앙 호텔(전원산업)이 42%, 이성현 공동대표가 8%, 이문호 공동대표가 10%, 유리홀딩스가 20%, 린사모가 2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경찰은 버닝썬이 구청과 소방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는 만큼 공권력과 유착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클럽 아레나에 대한 탈세와 공무원 유착 의혹을 밝히기 위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소유주 강모씨가 운영한 것으로 판단되는 17개 업소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국세청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