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모기’, 30년 후면 전 세계로 확산, 지구온난화의 역습

입력 2019-03-30 05:00
인도 서부 도시 아마드바드의 한 공무원이 2017년 주택가에서 모기를 제거하기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인도는 매년 여름 이집트숲모기가 옮기고 다니는 뎅기열 때문에 고통을 받고있다. AP뉴시스

지구온난화가 확산되면서 황열병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뎅기열 등의 모기 감염병을 유발하는 모기들이 전 세계 구석구석 퍼져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특히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30년 후엔 감염병 모기들이 캐나다와 북유럽 일부 지역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이 학술지 ‘플로스(Plos) 희귀열대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NPR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현재 추세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됐을 때 2050년과 2080년에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와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의 확산 경로를 분석했다. 두 모기는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등 주요 감염병을 옮기는 종이다.

연구원들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내에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기 감염병에 새로 노출된다. 특히 현재는 모기가 생존하기에는 기온이 너무 낮은 북유럽 일부 지역과 캐나다까지 이 모기들이 퍼져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북미와 북유럽, 시베리아 일부만 ‘모기 청정구역’으로 남는다. 현재 감염병 모기들이 연중 한 달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지역에서 사는 인구는 6억명 정도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가 2016년 브라질 북동부도시 헤시페 피오크루즈 연구소의 접시 위에 놓여있다. 남미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던 지카바이러스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견돼 미국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구온난화가 확산되면 감염병을 옮기는 모기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AP뉴시스


연구팀은 감염병 모기가 확산된다고 해서 무조건 감염병이 창궐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감염병 모기가 북유럽 지역에서 서식한다고 해도 성체로 생존 가능한 기간은 1~2주에 불과하다. 감염병을 퍼뜨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다만 지구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 지역 모기 성체의 생존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

모기 감염병 대책을 세운 적 없는 국가에 감염병 모기가 확산되면 악성 유행병이 퍼질 수도 있다. 모리츠 크레이머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백신 접종도 보호장치도 없는 지역에서 한 명이 홍역에 걸리면 엄청난 폭발력이 발생한다”며 “모기 감염병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주에는 2016년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지만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신부에게는 큰 위협이 됐지만 대응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 제주도에서 흰줄숲모기가 처음 발견돼 국내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흰줄숲모기들은 감염병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역당국에서는 비상이 걸렸었다. 연구팀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부 지역도 2080년이면 1년 중 절반 이상을 모기 감염병의 위협에 시달리는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오히려 모기 감염병에서 해방되는 곳도 있다. 연구팀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중앙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기온이 너무 높아 1년 내내 모기 감염병이 퍼질 수 없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