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의겸, 문 대통령과 고별 오찬

입력 2019-03-29 15:42

청와대가 잇따라 악재를 겪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와 한반도 비핵화를 축으로 3년 차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개발 지역 상가 매입 논란과 관련해 사의(辭意)를 밝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고별 오찬을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28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글(사의 표명 입장문)을 써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노 실장에게 보고하니까, 대통령과 점심을 잡아줘서 어제 써놓은 글을 먼저 올리고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노 실장이 대통령을 뵙고 나서 그 글을 (언론에) 보내라고 했는데, 대통령을 뵈면 그 글을 보낼 수 없을 거 같아서 일단 저지르자고 (언론에) 보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점심 식사 후 경내 산책을 좀 했다”며 “대통령이 걱정의 말씀을 하시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대변인에게 “이제 어디에서 살 것인가”라고 물었고, 김 대변인은 “저도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의 전격적인 사퇴는 문 정부 2기 내각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전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과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의 막말 논란에 이어 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청와대는 경제 활성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올 한해 국정 과제로 정하고 체감형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청와대 인사들의 비위 논란이 잇따라 터지면서 실행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등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후 최저치인 4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다운된 것은 맞다”며 “국정 운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