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내놓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는 셈이 됐다. 실제 문재인정부는 2017년 8·2 대책에서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세금 대책을 내놨고 지난해 2월엔 재건축 연한을 넘은 아파트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다주택자거나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투기 세력’이라 판단한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구역 복합건물을 구매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향해 29일 “위선의 끝판왕”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고위 공직자 3명 중 하나가 다주택자이고, 당·정·청 주요 인사 9명 중 6명이 다주택자”라고 언급한 뒤 “다주택자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시장경제에서 개인의 자유지만 그토록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규제하는 이 정권이 자신들 집은 안 팔고 움켜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시작과 함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먼저 칼날을 들이댄 건 ‘다주택자’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취임식장에서 직원들에게 “(투기 목적의)‘사는 집’이 아니라 ‘살집’이 되도록 하겠다”며 다주택자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그리고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8·2 대책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예고했다.
1세대 2주택 보유자가 서울과 과천, 성남, 부산,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일반 양도소득세율(현행 6~40%)에 10~20%를 더한다는 것이다.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를 기본세율에 더하기로 했다. 여기에 다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현행 10~30%) 적용도 없애기로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됐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문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를 팔았고 김 장관도 남편 명의였던 경기도 연천의 주택을 매각했다. 조국 민정수석 역시 부산에 있는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팔았다.
아파트 재건축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재건축 이슈가 생기면 아파트값이 폭등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월 재건축 연한인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라도 안전진단에서 적격 판단을 받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문재인정부의 뉴딜 정책으로 꼽히는 도시재생 사업도 후보지를 선정할 때 신중하게 접근했다. 재개발 호재로 땅값이 오를 것을 막기 위해 서울은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같은 정부 대책은 부메랑이 됐다.
청와대의 입이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억원의 은행 대출 등을 받아 지난해 7월 25억7000만원 상당의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건물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건물은 2층짜리 복합 건물로 흑석동 뉴타운에 있다. 시장에선 현 시세가 35억원을 넘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25일부터 진행된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일부 후보자들이 ‘다주택자’라는 타이틀로 야당의 맹공을 받아야 했다.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가야 할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등이 다주택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당과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들에게 가혹한 비판을 가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문재인정부 이전에도 고위 공직자나 청와대 인사는 물론 국회의원들 중 다주택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정부 때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사라’고 강조하던 시절이었다. 다주택이 결격사유가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국토부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가 분당과 잠실의 아파트를 구매한 시점은 MB정부와 박근혜정부 때였다”며 방어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