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논의 지연에 내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도 혼선

입력 2019-03-30 05:00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대한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내년 최저임금 심의 절차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새롭게 꾸려질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임위)가 2020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데, 개편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최임위 구성조차 제때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임위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려 했던 정부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오늘 최저임금위원회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법률은 고용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임위에 내년도 심의를 요청토록 규정하고 있다. 30~31일이 주말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29일이 요청 시한이었다.

고용부가 시한이 임박해서야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까닭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최임위 개편안 때문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임위를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로 나눠 운영하는 개편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에서 최저임금 상한과 하한을 먼저 정한 뒤 그 범위 안에서 결정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상한이 먼저 정해진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할 대안으로 당·정이 제시한 안이다.

개편안이 적용되면 당장 최임위를 새로 꾸려야 한다. 통상 8월에 이듬해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그에 맞춰 예산을 비롯한 정책을 짜는 정부 입장에서는 시한이 촉박하다. 그러나 개편안은 아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내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5일까지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결정체계 개편은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국회 처리 지연에 발목 잡히는 모양새가 된다.

고용부의 이번 심의 요청은 그런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심의를 요청하면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는 경우에는 개정된 법에 따라 최저임금 심의 요청 절차 등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명시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