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대변인을 맡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을 치러냈다. 기자 출신답게 대통령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언론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김 대변인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군산 제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겨레신문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 기자를 거쳐 사회부장, 정치사회 담당 부국장, 논설위원, 선임기자 등을 거쳤다. 그는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내정됐으나, 막판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특종 보도한 기자이기도 하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8월 리비아에서 피랍된 A씨에 대해 “우리는 그가 타들어 가는 목마름을 몇 모금의 물로 축이는 모습을 봤다”며 “하지만 정부의 노력을 믿고 그가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빌어주시기 바란다. 그렇게 마음을 모아주시면 한줄기 소나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를 두고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를 가볍고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입장문을 마음에 안 들어 휴가 중이었던 김 대변인에게 더욱 친근한 문구로 작성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공직감찰반(전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을 두고 ”문재인정부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야권은 “유전자까지 들먹이며 현 정부를 성인과 천사의 신분으로 등극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김 대변인이 김태우 전 수사관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의 실명을 거론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 1월 김 대변인은 군 인사 자료를 분실한 5급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낸 것을 두고 “(행정관이 총장을) 못 만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군 내부에서는 “군의 특성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한·미 관계를 우려하는 한 신문을 직접 들고 브리핑을 하며 “우국충정(憂國衷情)을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제 그만 걱정을 내려놓아 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사의 표명 입장문을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로 시작해 “까칠한 대변인 드림”으로 마무리했다.
김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 두 명 모두 떠나는 뒷모습이 깔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박수현 대변인은 충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대변인직을 내려놨지만 가족사 논란에 휘말려 중도 포기했다. 박 전 대변인은 현재 문희상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돌발 사태로 김 대변인이 사직하면서 후임 인선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청와대 대변인실은 한정우-고민정 부대변인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공보 시스템을 두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과 대변인실, 춘추관 간의 업무 재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