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러시아 군대 끌어들이고 정적 출마 제한

입력 2019-03-29 12:50 수정 2019-03-29 13:54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28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시위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네수엘라 감사원은 과이도의 공직 출마 자격을 15년 동안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AP뉴시스

국내외의 퇴진 압박에 시달렸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러시아 군대를 국내로 불러들이더니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경쟁자의 공직 출마까지 제한했다. 대규모 정전과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이 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감사원은 ‘임시 대통령’을 주장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선출 공직 출마 자격을 15년간 박탈했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감사원은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기관이다.

엘비스 아모로소 감사원장은 국영 VTV에서 “과이도 의장이 공개한 개인 재정 상황과 지출 기록이 수입 수준과 일치하지 않는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며 “과이도 의장이 국회의원이 된 후 해외여행에 사용한 자금의 출처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과이도 의장을 상대로 회계 감사를 벌여왔다.

출마자격 정지 15년은 회계부정을 저지른 공직자에게 법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최대의 처벌이다. 마두로 정권이 위협으로 떠오른 과이도 의장을 정치적으로 배제하고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과이도 의장은 감사원의 조치를 거부했다. 그는 “아모로소 원장은 감사원장이 아니다. 감사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기관은 합법적 의회뿐”이라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시민들에게 오는 31일 열리는 반정부 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도 베네수엘라 감사원의 조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아모로소 원장의 발표를 “웃긴 일”이라고 비판했다.

마두로 정부가 야당 대표의 출마를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두로 정권은 2017년 야당 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에게 폭력과 부패혐의를 적용해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카프릴레스는 2012년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도 겨뤘던 야당의 유력주자였다.

마두로 정부는 지난 23일에는 러시아군이 100명을 끌어들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국제적 압박에 맞서 러시아 중국과의 연대를 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라”고 엄포를 놨지만, 러시아도 군대 파견은 합법적 조치라고 맞받았다.

마두로와 과이도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난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25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17개 주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정전의 여파로 학교는 물론이고 식료품과 식당도 문을 닫아걸었다. 주민들은 마실 물을 찾기 위해 식수원까지 직접 찾아갔다. 정전 사태 나흘째를 맞아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전력이 복구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고질적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정전 사태가 언제 다시 반복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7일에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져 일주일간 19개 주가 정전사태를 맞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