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입성할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제출 시한이 끝나가고 있지만 단 한 명의 보고서 채택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야당의 반발이 거세 일부 후보자들의 낙마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 25∼27일 상임위별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29일까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상임위는 전무하다. 주말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고서 채택이 다음 주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야당은 일제히 일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7명의 후보자 중 4명은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모두 병기해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는데 협조하겠다”면서도 “청와대가 이번에도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국회와 어떤 협치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이 채택하기로 한 이들은 문성혁 해양수산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최정호 국토교통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다. 이들 4인에게 여러 의혹과 흠결이 있지만 임명에는 사실상 동의 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거 발언·국정 수행 자질을 이유로 ‘자진사퇴 또는 임명철회’를 주장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에서의 한국당 의원들의 보이콧 사태를 거론하며 “보고서 채택 여부 자체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7명 후보자 전원의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겠다는 뜻이 여전히 완강하다.
한국당은 앞서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꼼수 증여 등의 의혹을 고려할 때 7명 모두 ‘부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박영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증 등의 혐의로 고발할 것임을 경고하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영선 후보자에 대해 “본인에 대한 화살을 황교안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덮었다”며 “거짓 답변과 음해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덮는 신종 은폐수법을 썼다”고 비판했다.
또 이른바 ‘평창 패딩갑질 사건’과 관련,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박 후보자가 ‘동료 의원에게 패딩을 빌렸다’고 답변한 것을 지적하며 “민주당 문체위 소속 의원은 당시 패딩을 빌려준 의원이 누군지 답해 달라”며 “답하지 않으면 박 후보자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서도 부적격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 최정호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논란에 대해 “정책의 책임자라 더욱 더 문제가 심각하다”며 “단순한 해명을 떠나서 스스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정의당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을 다음 주 초 발표할 방침이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청문 보고서 채택이 한 군데도 없다. 역대 유례를 찾기 힘들고 이번 인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보여준다”며 “모든 야당이 부적격 의견을 제시하는데 여당만 적격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 뜻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야당에 요구하면서도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 보시기에 부족한 점 있는 후보자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 적격한 인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