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지구촌 불끄기 행사(Earth Hours)’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다. 그날 행사엔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지만 이 대표는 기자에게 커피 한잔을 제안했다. 그리고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채 매장 안으로 들어가 직접 커피를 추출했다.
“커피 만드실 줄 아시는 거냐”는 짓궂은 기자의 질문에 이 대표가 자신의 앞치마를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두른 앞치마는 두 종류다. 초록색과 검정색이다. 그 중 검정색 앞치마는 스타벅스 내부 바리스타 시험을 거쳐야 착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나도 시험 봤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스타벅스 사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랬던 그가 11년 만에 스타벅스를 떠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9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새 대표이사에 송호섭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전략운영담당(상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임기 만료와 함께 역대 최장수 CEO 단독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1949년생인 이 대표는 2007년 12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4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호실적을 이끌었고 사이렌 오더, 드라이브 쓰루 매장 등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퇴임과 함께 이 대표는 김해성 전 신세계그룹 부회장(11년)과 함께 역대 최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대표의 뒤를 잇게 되는 송 신임 대표는 지난해 10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영입됐다. 20여년간 나이키와 로레알, 한국존슨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