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높은 질 좋은 일자리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가 여전히 심각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 지역 간 양극화가 뚜렷했다. 소득과 학력, 숙련 수준 등 일자리의 질을 측정하는 모든 지표에서 강남이 강북을 월등히 앞섰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지역일자리팀장은 29일 ‘지역의 일자리 질과 사회경제적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0년과 2015년 인구통계등록부와 인구주택총조사를 활용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및 252개 시·군·구의 일자리 질을 평가했다. 소득과 학력, 숙련도를 조합해 일자리 질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썼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서울과 지역 간 격차다. 서울의 일자리 질 종합지수는 2010년 1.927점에서 2015년 1.928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군·구 별로 보면 일자리 질이 상위권에 속하는 39개 지역 중 19개 구가 서울에서 나왔고, 경기지역까지 포함하면 상위 지역 31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주요 도시는 지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광주는 1.007점에서 0.808점으로, 울산은 0.802점에서 0.573점으로 떨어졌다. 서울과 함께 최상위 집단에 포함된 대전 역시 1.833점에서 1.482점으로 일자리 질이 떨어졌다. 경남과 경북, 전남, 전북 등은 종합지수가 아예 마이너스였다. 통계가 작성된 시점이 2015년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이 지역의 일자리 질은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대도시 내에서도 공간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 지역 내 423개 동을 대상으로 일자리 질 지수를 적용했더니,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동작구, 용산구,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일자리 질 상위지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봉구, 강북구, 노원구, 성북구, 동대문구, 중랑구 등 강북지역에는 질 낮은 일자리가 집중돼 있었다. 소득과 학력, 숙련 수준 중 어떤 기준을 사용해도 강남권과 강북권의 격차가 드러났다.
이런 지역 내 양극화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구, 대구는 수성구, 대전은 유성구에 좋은 일자리가 집중돼 있었다. 이 팀장은 “주요 대도시에서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양질의 도시 인프라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면서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을 약화시키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