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한국인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류현진(LA 다저스)이 18년 만에 한국인 개막전 승리 투수가 됐고, 강정호(피츠버그)도 2타점을 터뜨리며 제몫을 했다. 반면 최지만(템파베이)은 안타 없이 물러났고, 오승환(콜로라도)도 9회 등판해 팀 승리를 지키긴 했으나 홈런을 허용했다.
29일(한국시간) 미국 각 지역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는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피홈런 포함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8년 연속 LA 다저스 개막전 선발을 책임진 클레이튼 커쇼를 대신해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커쇼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류현진의 호투를 발판으로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개막전 신기록인 8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12대 5로 승리했다. 13타자를 연속으로 범타로 돌려세우는 등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6회 허용한 솔로 홈런이 이날 유일한 실점이었다. 팀이 7-1로 앞선 6회말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류현진의 이날 승리 전까지 박찬호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개막전 승리 기록을 갖고 있었다. 박찬호는 2001년 4월 LA 다저스 시절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실점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듬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팀을 옮긴 뒤에도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이때는 5이닝 동안 6실점하며 승리하지 못했다.
타석에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강정호가 시범 경기에 이어 화력을 뽐냈다. 강정호는 신시내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2삼진, 2타점을 기록했다.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6회 2사 1, 2루 상황에서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 안타로 팀은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강정호의 적시타에도 팀은 7회에만 4실점해 3대 5로 패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타점을 기록한 것은 2016년 10월 2일 홈런 포함 3타점을 기록한 후 처음이다. 음주운전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 하면서 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류현진과 강정호가 투타에서 활약했지만 아쉬움을 남긴 선수도 있었다. 오승환은 9회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키긴 했으나 솔로홈런을 맞은 것이 아쉬웠다. 그는 마이애미의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원정경기에서 6-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두 번째 타자로 범타로 처리했다. 하지만 세 번째 타자 호르헤 알파로에게 스트라이크 2개를 연속으로 잡은 후 홈런을 허용했다.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1이닝, 1홈런, 1삼진, 1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최지만은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를 통해 첫 메이저리그 개막전 무대를 밟았으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지만은 1회말 내야 땅볼, 3회에는 삼진을 기록했다. 6회 3루수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지만 8회 다시 삼진을 당했다. 팀도 1대 5로 졌다.
추신수(텍사스)는 코리안 메이저리그 5명 중 유일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팀의 유일한 올스타인 추신수는 지명타자로 개막전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헌터 펜스가 5번 지명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텍사스는 5대 12로 졌다. 추신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출전 여부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며 “질문할 게 있으면 감독에게 하라”고 답했다. 또 “나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여러 번 증명했고, 여전히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라인업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