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 요독증후군 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린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방송을 통해 근황과 심경을 밝혔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피해 아동은 신장 기능을 90%가까이 잃어 매일 10시간 가까이 투석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아이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처음엔 화를 내더니 이제는 욕심을 부려 남기지 않고 다 먹은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고 전하며 눈물을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사건의 피해 아동 어머니인 최은주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햄버거병 사건은 2016년 9월, 4세 아이가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를 먹고 피가 섞인 설사를 했으며 다른 4명의 아이도 같은 증상을 보여 부모들이 맥도날드 측을 고소한 사건이다.
검찰은 햄버거 패티를 납품한 업체 임직원 3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은주씨는 최근 ‘정치하는엄마들’에 도움을 요청해 한국맥도날드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단체고발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진행된 맥키코리아 임직원들에 대한 공판 때문이다. 이날 공무원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이들은 법정에서 2016년 6월30일 맥도날드에 납품하는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직후 맥도날드에 알렸고 맥도날드 직원도 임원에게 문제의 패티가 전국 10개 매장에 15개 박스가 남아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피해 아동이 햄버거를 먹기 석 달 전 일이다. 하지만 해당 임원은 ‘식약처에 전량 소진했다고 보고하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공무원도 문제를 은폐하는 데 개입했다. 맥키코리아 공장이 있는 세종시의 한 부처 공무원은 ‘패티가 전량 소진됐을 경우 대장균 검출 사실을 공표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직접 업체 쪽에 안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 공무원도 전국 맥도날드 매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실제 재고가 없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JTBC에 출연한 최은주씨는 “평택 맥도날드 매장에서 어린이 세트인 해피밀을 먹었다”며 “조금의 위험이라도 알았으면 절대 안 갔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은주씨는 “해피밀 세트 2개였고 하나를 온전히 큰 아이가 다 먹었다. 나머지는 동생과 아빠가 먹었다”면서 “둘 다 설사를 동반한 가벼운 식중독 장염 증세로 지나갔지만, 저희 아이는 그걸 거쳐서 장출혈성 대장균의 후유증이라고 얘기하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처음에 내가 왜 이걸 해야 돼, 왜 수술을 해야 왜? 많이 화를 냈었다”고 한 최은주씨는 “요즘엔 엄마 미안해, 내가 하나를 욕심 부려서 다 먹어서 그렇지라고 자책하더라”며 울먹였다.
최은주씨는 이어 “증거불충분 불기소라고 계속 법원에서 통지를 받았다”면서 “맥도날드는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과 비슷한 것도 없었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최은주씨는“내가 고소하고 두 달 정도 후에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를 올렸다는 것조차 지인을 통해 알았다”고 답했다.
“처음 형사 고소했을 때 기자회견에서는 제 아이는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고 한 최은주씨는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고의적이고 악의적이고 내 입장에선 계획된 범죄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그 범죄에 나의 아이와 나머지 아이들이 큰 피해를 당한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최은주씨는 또 “맥키코리아 변호사가 한 6~7명인데 그중 한 분이 늘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다. 저희 피고인들이 너무나 긴 재판 과정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재판을 발리 진행해 달라는 것”이라며 “저희 아이는 매일 살기 위해 치료하는데 그분들이 몇 달에 한 번, 짧게는 15분, 길게는 3~4시간을 법정에 앉아 있는 게 그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수사를 통해 책임자들을 꼭 엄벌에 처해 달라”고 한 최은주씨는 “다시는 누구도 어느 기업도 돈 때문에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그런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