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토요일 5시,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역사 안 여자 화장실에 어떤 남성이 숨어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역무원과 사회복무요원 두 명이 출동했다. 여자 화장실에 가 보니 한 남성이 도망치려 했다. 이를 사회복무요원인 최정우(24)·곽명섭(23)씨가 붙잡았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불법촬영범을 잡아 경찰에 넘긴 두 요원은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을 받았다. 제압과정에서 두 요원은 다치기도 했다. 치료를 받은 후 현재는 업무에 복귀한 상태. 그중 곽명섭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Q. 제압과정에서 다쳤다고 들었습니다
“최정우 사회복무요원은 늑골에 금이 가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고, 저는 골절은 없었습니다. 주먹을 몇 대 맞아 안면 타박상에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거의 다 나았고, 최 요원은 골절상이 해결은 됐는데 아직 주의 요망한다고 해서 조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둘 다 업무에 복귀는 했습니다.”
Q. 몸싸움이 격렬했던 것 같은데
“출동을 받고 여자 화장실에서 한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제압이 됐다가 경찰에 신고한다는 소리가 들리니까 영락없이 잡혀갈 것 같으니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어요. 화장실 내부에서 소동이 있어 밖에서 출입통제를 했어요. 사람이 많은 동네는 아니어서. CCTV로 확인해보니까 10분 사이에 그 화장실 근처에 30명 정도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Q. 몸싸움 과정에서 무섭지는 않았는지
“거짓말은 아닌데, 처음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촬영물) 확인을 위해 협조를 구하니 욕하면서 때리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도망가지 못하게 최대한 잡고 시간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맞기는 많이 맞았어요. 맞다 보니까 어이없기도 하고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너 오늘 진짜 경찰 한번 꼭 보고 가라’라는 생각으로 잡았습니다.”
Q. 실제로 불법촬영물이 발견됐나요
“그 부분은 제가 확인할 수 없고요. 아직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맡겨서 조사하고 있다고 해서 결론이 아직 안 난 것 같습니다.”
Q. 평소에도 종종 비슷한 불법촬영 범죄 신고가 들어오는지
“요즘 불법촬영 범죄가 많다 보니 코레일 쪽에서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화장실에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데 열차에서 그런 신고가 가끔 들어옵니다. 차내에 치한이 있다든가 하는. 그러면 차를 세워서 확인하죠. 출동하면 피해자만 있을 때도 있고 둘 다 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신고받았을 때는 ‘제발 있어라, 잡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기껏 출동했는데 범인이 도망가버리고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평소에 열심히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정말 많습니다. 요새 인터넷에 ‘코딩하는 공익’이라고 있는데, 카이스트 출신이에요. 그 사람이 유명해져서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사람처럼 저도 사회복무요원 이미지 개선에 한몫 보탠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