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는 펄펄 날았다. 콜롬비아를 2대 1로 잡은 26일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에서다. 김승규가 장염증세로 전날 훈련에 불참하며 모처럼 선발 기회를 잡았다. 콜롬비아 공격진의 위협적인 슛을 모두 막아냈다. 한국의 골문을 노린 콜롬비아의 슛은 18개(유효 슛 7)였지만, 성공시킨 것은 단 한 번에 그쳤다. 11개의 세트피스 역시 조현우의 벽 앞에서 무위로 돌아갔다.
조현우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에 찬사가 이어졌다. 적장 역시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은 “한국 골키퍼의 활약이 훌륭했다. 골 기회가 후반에 두세 번 있었는데 다 막아냈다.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주장 하메스 로드리게스 생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승리할 자격은 콜롬비아에 더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상대 골키퍼의 선방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중원에서 활발하게 움직임을 가져가던 하메스는 후반 31분 한국 수비수들과의 경합에서 이겨낸 후 강력한 중거리 슛을 했으나 조현우가 막아냈다.
조현우에게는 뜻깊은 기회였다. 7경기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으며 펄펄 날았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단 한 차례도 실전에 나설 수 없었다. 김승규의 활약 때문이다. 벤투호의 주전 골키퍼의 추는 김승규에게 유독 기울어져 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경기에서 김승규와 조현우는 각각 9차례, 3차례씩 나섰다. 벤투 감독이 조현우의 선방 능력보다는 김승규의 빌드업 능력에 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벤투 감독의 성향 차이다.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중앙으로 볼을 전개 해야 하는 만큼 골키퍼에게도 특별한 발기술이 요구된다. 롱킥 정확도와 공격적인 전진 패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점에서 김승규가 좀 더 합격점을 받았다. 일본 J리그에서 뛰며 짧은 패스 축구에 단련이 돼 있다.
김승규와 조현우의 각기 다른 장점은 이달 A매치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승규는 앞선 지난 22일 볼리비아에서 88.2%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조현우의 콜롬비아전 패스 성공률은 78.9%다. 패스 성공률에서 10%가량 차이가 있다. 김승규는 전진 패스도 2차례나 기록했다. 조현우의 전진 패스 기록은 없었다. 콜롬비아 우세로 평가되는 두 상대의 전력 차를 감안해도 김승규가 발밑 기술에서는 수치상 더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조현우의 이번 활약이 김승규로 굳혀지던 주전 골키퍼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는 김승규가 골키퍼 경쟁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 벤투 감독이 자신의 성향대로 계속해서 김승규를 고집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두 골키퍼의 선발 경쟁은 앞으로 벤투호의 경기를 지켜볼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