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이른바 ‘김학의 CD’에 대해 알려줬다고 주장하는 날의 일정표를 공개했다.
박 후보자는 28일 “오늘은 쉬고 싶었지만 아침에 사무실에 나와 황 대표와 만난 일정을 일정파일에서 찾았다”며 트위터에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일정표에는 ‘3월 13일 16:40 인사(법사위원장실) 법무부 장관’이라고 적혀있다. 당시 박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황 대표는 63대 법무부 장관이었다.
박 후보자는 “저와 약속한 시간이 2013년 3월 13일 오후 4시40분”이라고 했다. 이는 황 대표가 2013년 3월 11일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이틀 후였다.
박 후보자는 약 3개월 뒤에 촬영된 법사위 전체회의 영상도 공개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라며 “저희가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질문 드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눈을 여러 차례 깜빡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박 후보자는 트위터 글에서 “이제 진실을 말해 달라”며 “물론 CD를 같이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황하셔서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지며 자리를 뜨시던 그 날 오후의 대표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7일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법사위원장으로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김 전 차관이 임명되기 며칠 전 장관이었던 황 대표를 만나 CD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대표에게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이분이 임명되면 굉장히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고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에 “그런 CD를 본 일이 없다”면서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그 당시 ‘검증해 보니 문제가 없다’는 얘기까지만 들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 측은 이후 “황 대표에게 물리적으로 CD를 앞에 꺼내서 보여준 것은 아니고, CD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또 황 대표가 CD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충분히 알아들을 만큼 얘기했다. 제가 먼저 만나자고 했고 황 대표가 법사위원장실로 왔다. 만났던 장면이 너무나 또렷이 기억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며 임명 6일 만에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수년 전 강원도 원주 소재의 한 별장에서 건설업자 윤중천(58)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의혹이었다.
경찰은 수사 끝에 기소 의견으로 김 전 차관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났다. 결국 피해 여성이 직접 나서 2014년 7월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별장에 왔던 여성은 30명 정도로, 윤씨는 여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최음제’ 등 약물을 사용해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를 강요했다.
성 접대 동영상은 모두 4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D에 저장된 최초 촬영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다시 찍고, 이를 다시 CD에 저장하는 식으로 복사된 것으로 모두 같은 영상이다. 이 중에는 등장하는 남성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화질이 좋은 영상도 있다고 한다.
현재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사건을 재조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차관의 직속 상관이었던 황 대표가 당시 사건 내막을 몰랐을 리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