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동의 없이 지문인식 시스템으로 출퇴근을 관리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한 자치단체 도로관리사업소측에 출퇴근 관리용 지문인식기 운영을 즉시 중단하고, 개인정보 보호법령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도로보수원 A씨(51) 등 76명은 사업소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지난해 9월1일부터 지문인식기를 통해 출퇴근을 관리했다며 같은 해 11월 진정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사업소는 “종합감사 당시 도로보수원 복무관리 지적사항이 발생해 복무관리 체계의 객관성·신뢰성 보완을 위해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직원 동의를 받지 않고 지문 정보를 수집해 지문인식기로 출퇴근을 관리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문인식 시스템이 복무관리를 위한 객관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지문과 같은 생체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인 만큼 수집과 관리에 엄격한 기준과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특히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이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의 대체수단도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대체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지문인식기로 출퇴근 관리를 한 것을 두고 사업소가 도로보수원들에게 사실상 지문등록을 강요한 사례로 판단한 것이다.
인권위는 “지문인식기 운영 시 정보주체의 지문등록 동의 여부 확인 절차를 지키고,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대체수단을 마련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법의 규정과 취지를 준수하라”며 “수집된 지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방안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