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사건… 남북, 북·미 대화 걸림돌 될까

입력 2019-03-27 20:06 수정 2019-03-27 20:08
자유조선이 2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관련 게시물. 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처

반(反)북한단체인 ‘자유조선’이 지난달 22일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을 주도했고, 이 단체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정보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이번 사건의 영향력이 북·미 대화판을 깰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7일 “북한이 공식적으로 이 사건을 언급하면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사건과 그의 아들 김한솔의 도피까지 다시 회자되기 때문에 대내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면서 “북·미 협상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 입장에서는 자국 대사관이 공격받았다는 사실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짜증을 낼 것”이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연관성을 공식 부인한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 북·미 간 대화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북한은 불가침 권한이 적용되는 자국의 해외 공관이 습격을 당했음에도 한 달 넘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유조선이 습격사건 후 FBI에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힌데다 스페인 고등법원이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북한이 ‘미국 배후론’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또, 공개된 범인 가운데 한국 국적인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우리 정부도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범인이 대부분 한국계로 추정되는데, 오래 전 북한을 탈북한 공작원 출신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미국이나 우리 정부와의 물밑접촉에서 이들에 대한 정보나 신병인도를 요구하면 한·미 모두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