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는 약팀의 중앙밀집수비를 뚫어내야 한다

입력 2019-03-28 04:00
지난 볼리비아 전에서 골을 넣는 이청용. 뉴시스

한국 축구가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를 연달아 꺾으며 긍정적인 흐름을 회복했다. 하지만 3월에 치른 두 경기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축구팬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중앙밀집수비로 무장한 약팀 공략법을 연구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8월에 부임한 이후 친선경기에서 5승 4무를 기록했다. 승리를 거둔 팀에는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남미의 강호들도 있었다. 칠레와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벤투 감독은 객관적 전력이 비슷하거나 강한 팀을 상대하는 전략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상 벤투호가 훌륭한 경기만 치르지는 않았다. 특히 지난 1월에 열린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후반기에 보여준 날카로움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하지만 ‘빈공 축구’를 펼친 끝에 카타르에 0대1로 패배해 8강에서 탈락했다. 강팀은 이기는데 약팀은 이기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 아시안컵 카타르전 골을 넣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선수들. 뉴시스

팬들과 전문가들은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던 이유로 상대 팀의 중앙밀집수비를 뚫지 못한 공격력을 꼽았다.

국가대표팀은 아시안컵 전 경기에서 볼 점유율이 한 번도 6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가장 볼 점유율이 낮았던 카타르전도 60.3%였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 첫 번째 목표인 볼 점유율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상대 팀이 수비라인을 내리고 중앙에 숫자를 많이 배치하는 이른바 ‘버스 축구’를 구사하자 맥을 못 췄다. 중앙미드필더에서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공급하고, 2선 자원들이 상대 수비라인을 교란해야 했는데 황인범, 정우영, 구자철은 그런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공은 자꾸 측면으로만 돌았다.

국가대표팀의 측면 공격 비율 역시 6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심지어 가장 훌륭한 경기를 펼쳤던 중국전만 64.5%였고, 다른 경기는 모두 측면 공격 비율이 70%를 넘겼다. 카타르전에서는 무려 84%였다. 하지만 카타르전 크로스 성공률은 불과 5.9%였다. 상대 팀의 밀집 수비를 못 뚫으니 빌드업을 담당하는 선수들은 횡패스나 백패스만 시도했다. 측면으로 연결된 공은 부정확한 크로스로 상대 팀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지 못했다. 그 공을 잡은 선수들은 다시 횡패스나 백패스만 시도했다.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공이 중앙 지역에서 머물렀던 비율이 이를 증명한다. 양 팀이 공을 놓고 중앙에서 다퉜던 비율은 대체로 50%였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거나 한쪽이 압도적으로 경기는 주도하는데 치명적인 패스를 넣지 못할 때에 공이 중앙에서 머무르는 비율이 높다. 결국, 한국 국가대표팀은 중앙에서 공만 돌리다가 간신히 한 골씩 넣어 승리했고, 카타르전에서는 일격을 당한 것이다.

러시아월드컵 전 한국축구가 보여줬던 수비 불안과 모래알 조직력은 많이 희석되었다. 하지만 이미 약팀들은 아시안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을 상대하는 전략을 마련했고, 대체로 성공을 거두었다. 만약 중앙밀집수비 전략을 뚫어내지 못한다면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본선 아시아 예선에서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