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때 아닌 ‘유방암’ ‘전립선’ 논란이 벌어졌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혜 진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물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 후보자는 “전국적으로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발언이다. 여성에 대한 모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한 논쟁 과정에서 박 후보자는 “제가 윤 의원님 전립선 암 수술 받았느냐고 물으면 어떻습니까? 그거랑 똑같습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날 청문회 질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윤 의원은 청문회에 앞서 박 후보자에게 ‘유방암 수술 받은 일시 및 수술 병원’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자질 검증과는 무관하고 개인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윤 의원은 청문회에서 자료 요구의 배경에 대해 “서울대 병원에서 특혜 진료를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특혜 진료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서, 수술 일시와 병원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이 받은 제보 내용은 ‘박 후보자가 별도의 예약 없이도 당일에 진료를 받았고, 의료 장비까지 옮겨가면서 다른 장소에서 특혜 진료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병원 내부자로부터 나온 제보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만약에 그런(특혜) 문제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저한테 질의를 했어야 한다”며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냐는 내용을 서면 질의했다. 서면 질의서는 책자로 만들어져 전국에 다 돌아다닌다. 그 질의를 본 순간 이것은 여성에 대한 섹슈얼 해러스먼트(성희롱)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유방암과 관련된 부분은 전국적으로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 모멸감을 주게 만드는 발언이다. 여성에 대한 모멸”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입장에서는 특혜 논란이 여성 비하 논란으로 바뀐 셈이다.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를 조용히 시켜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홍일표 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을 제지하며 ‘특혜 여부’를 다시 확인하자 박 후보자는 “없었다”고 답했다. 홍 위원장이 “병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등 일체 특혜가 없었던 것이냐”고 재차 묻자 박 후보자는 “제가 진료 받은 부분은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해당한다. 정보 제공자는 법에 저촉된다”고 답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대답을 안 하시겠느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특혜는 없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박 후보자가 답변 과정에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언급한 게 문제가 됐다. 이철규 한국당 의원은 “조롱하듯이 답변하고 무시하듯 하는 후보자의 태도는 경고를 받아야 한다. 특히 동물이라는 표현을 재발돼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저는 그것보다 더 심한 폄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재차 유방암 관련 언급을 이어갔다. 박 후보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다른 목적으로 질문하고 싶었다면 질문의 형태를 바꿨어야 한다”며 “아직도 청문회장에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박 후보자가 포인트를 옮기고 있다. 저는 특혜 진료를 말하고 있는데, 여성 부분을 부각하고 수술을 부각해서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가 “제가 윤 의원님이 전립선 암 수술을 받았느냐고 물으면 어떻습니까. 그거랑 똑같습니다”고 되받아쳤다.
야당에서는 즉각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는 행위”라는 불만이 강하게 나왔다. 결국 청문회는 잠시 정회됐다.
관련 발언 직후,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인권 침해이자 여성 모독”이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놨다. 아래는 공동 성명 전문.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 공동 성명>
후보 자질검증과 무관한 ○○암 수술 질문, 인권침해이자 여성 모독이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후보자가 ○○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수술병원"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눈을 의심케 하는 정보 요구다. 해당 정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자질과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짐작 할 수조차 없다.
외부로 공개되는 자료에 개인건강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자질검증과 무관할 뿐 아니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다. 게다가 여성으로서 겪었을 아픔에 대한 고려나 공감 없이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가십거리화 하려는 것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비상식적인 태도다.
백 번 천 번 양보해 후보자의 건강을 걱정한 질문이라고 해도 여성정치인에게 여성암을 특정해 질문한 것은 대체 무슨 의도인가.
여성에 대한 모독이자 인권침해이다. 검증을 가장한 모욕주기를 당장 멈추길 바란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후보자를 흠집내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국민의 대표로 나와 국민들을 위해 일할 장관을 검증하는 자리라면 검증자도 기본을 갖추기 바란다.
‘송곳 검증’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라는 말이지 송곳처럼 여기저기 찔러 후보자를 상처 주라는 뜻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의원의 수준 낮은 자료 요구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인권 침해와 여성 모독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
2019년 3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 일동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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