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3점슛 성공률 22.2%…위기의 KT ‘양궁 농구’

입력 2019-03-27 16:49
부산 KT의 김영환(왼쪽)과 마커스 랜드리가 26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KBL)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올 시즌 프로농구(KBL) 돌풍의 팀으로 거듭났던 부산 KT가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2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다. KT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내리 패배를 당한 것은 팀 컬러로 자리 잡은 3점슛 위주의 ‘양궁 농구’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는 올 시즌 정규리그 동안 화끈한 외곽포를 자랑했다. 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10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외국인 선수 마커스 랜드리와 저스틴 덴트몬은 물론 양홍석 허훈 김영환 김민욱 등 코트에 서는 거의 모든 선수가 3점슛을 쏘는 능력을 갖췄다. 팀 주축으로 성장한 양홍석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우리 팀의 강점은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팀 컬러인 ‘양궁 농구’가 아닐까”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창원 LG와의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궁 농구가 잘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궁 농구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여러 선수가 번갈아가면서 외곽슛을 터뜨리면 폭발적인 공격력을 뿜게 된다. 동시에 양궁 농구는 위험 부담도 크다. 슈터들의 슛 성공률이 전체적으로 저조할 경우 경기를 쉽게 풀어가기가 어려워진다. 통상 먼 거리에서 쏘는 3점슛이 골밑에서 시도하는 2점슛보다 확률이 떨어지는 탓이다.

KT의 양궁 농구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플레이오프 1, 2차전 기록이 증명한다. KT의 플레이오프 2경기 3점슛 성공률은 22.2%(63회 시도, 14개 성공)다. 지난 24일 1차전에서 34개의 3점슛을 시도해 8개(성공률 23.5%)를 넣었다. 26일 열린 2차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9개의 3점슛 중 6개(20.6%)만 림을 통과했다. 이는 KT의 정규리그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를 밑도는 수치다.

KT 주축 선수들의 3점슛 성공률도 저조하다. 플레이오프 2경기 기준 덴트몬이 28.5%(14개 시도, 4개 성공), 양홍석이 27.2%(11개 시도, 3개 성공)를 기록했다. 정규리그에서 3점슛 능력을 뽐냈던 랜드리 역시 22.2%(9개 시도, 2개 성공)에 그쳤다. 슈터 조상열은 3점슛 8개 중 1개(12.5%)만 성공했고, 김영환은 총 5개를 시도해 아직 성공시키지 못했다.

부산 KT의 저스틴 덴트몬이 26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KBL)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KT가 외곽을 공략하는 사이 상대팀인 LG는 철저히 골밑을 공략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플레이오프에서 보다 확률 높은 공격 옵션을 택한 것이다. 골밑의 터줏대감인 제임스 메이스가 버틴 가운데, 토종 빅맨 김종규까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메이스가 1차전에서 28점 16리바운드, 김종규는 24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차전에선 메이스가 27점 13리바운드, 김종규는 29점 12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두 선수가 2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써내며 팀 승리를 이끈 동안 KT는 연패를 당해 ‘봄 농구’ 탈락 위기에 처했다.

KT는 28일 홈 부산사직체육관으로 LG를 불러들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른다. 지난 1, 2차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 경기는 5시즌 만에 6강에 오른 KT의 마지막 봄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