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안중근 숭모비 25년 만에 발견.

입력 2019-03-27 15:50 수정 2019-03-27 15:58

광주 중외공원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전국 최초의 ‘안중근 의사 숭모비(崇慕碑)’가 전남 나주에서 25년여 만에 발견됐다.

발견자는 ‘大韓義士 安公重根 崇慕碑’(대한의사 안공중근 숭모비)라고 또렷이 새겨진 역사적 비석이 제 자리를 찾도록 광주시에 이를 기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는 “최근 나주에 사는 이모(47)씨가 3년여 전 금천면의 한 석재상에서 처음 본 전국 제1호 안중근 숭모비를 사들여 보관 중이라고 알려왔다”고 27일 밝혔다.

이씨는 당시 고향인 나주 다시면에 주택을 신축하기에 앞서 조경석을 구하기 위해 석재상에 들렀다가 우연히 돌무더기 속에서 초라하게 누워있는 숭보비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숭모비는 1961년 광주공원에 세워졌다가 일대의 친일인사 공적비 등을 재정비하던 1987년 광주의 관문인 중외공원 자리로 옮겨졌다. 이후 어느날부터 행방이 묘연했다.

광주시는 1995년 숭모비 기단을 활용해 안중근 의사 동상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비석이 종적을 감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가 국가보훈처 등에 문의한 결과 이 숭보비는 해방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안중근 의사 추모 비석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달 25일 언론보도를 통해 안 의사 숭모비가 사라진 사실을 처음 접했다”며 “조경석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역사적 비석으로 활용되도록 기증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신문기사를 읽고 난 후 3년 전 기억이 떠올라 석재상에 다시 가보니 다행히 안 의사 숭모비가 먼지를 뒤짚어 쓴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며 “광주시가 작은 성의를 받아들여 숭모비를 제자리에 다시 세웠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서울 안 의사 숭모회와 접촉해 사진 등을 찍어 전송했다”며 “사라진 숭모비가 맞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돌무더기 속에 비석이 계속 방치되는 게 안타까워 지난 21일 자비 600만원을 들여 숭모비를 석재상에서 사들인 후 현재 자택 앞마당에 포장을 씌어 보관 중이다.

이씨는 “기증의사를 전달받은 광주시에서 며칠전 학예연구사 2명을 파견해 진품 여부를 다시 확인했다”며 “현재 기증 방식과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사 숭모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주 금천면 석재상까지 가게 됐는지 그 경위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25년 만에 발견된 숭모비는 검은 색이 맴도는 국내산 오석(烏石)으로 제작됐다. 규격은 높이 2m70㎝, 가로 길이 두께 각각 90㎝ 크기다.

안 의사 숭모비는 당초 광주시, 전남도, 지역 유림이 지난 1961년 12월3일 광주공원 내 성거사지 5층탑 뒤편에 최초로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신사와 일본군 충혼비를 세운 광주공원 터에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안중근 의사 추모 비석을 세워 일제 잔재청산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역사적 의미를 담았다.

광주시는 이씨가 기증의사를 밝힌 숭모비를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 보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방치된 숭모비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