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같은데 잣대는 다른 KBO’ 불문율, 상대방 존중서 출발

입력 2019-03-27 14:27 수정 2019-03-28 18:01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야구에도 다양한 불문율이 있다. 야구 규약과 규칙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규칙이다. 불문율을 어기면 어김없이 보복성 플레이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선 점수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이라면 도루나 번트를 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기고 있는 팀에 해당한다. 그러나 과거 몇몇 감독들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루나 번트를 고집하다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또 과도한 홈런 세러머니는 자제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다. 특히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 때는 빠르게 돌아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다. 대기록을 작성 중인 타자가 들어왔을 경우 고의사구성 투구를 하지 않는 것도 서로에 대한 예의다. 반대로 노히트노런이다 퍼펙트 게임 등에 도전 중인 투수를 상대할 때는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있다.

상대방 투수가 위협구를 던졌을 때 다음 회 올라간 투수들은 어김없이 빈볼성 공을 던지기도 한다. 또 벤치 클리어링 때는 모든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다. 나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는 메이저리그 구단도 있다고 한다. 예외가 되는 선수는 다음 경기 선발 투수 정도다.

그런데 26일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불문율 논란이 일었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13-7로 크게 앞서 있던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컨디션 점검 차원의 등판이라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이에 맞서 KIA 김기태 감독은 타자 황대인을 빼고, 투수 문경찬을 대타로 내세웠다. 누가봐도 항의의 성격이 강했다.

김 감독의 투수 대타 기용은 처음이 아니다. 7년 전인 2012년 9월 12일이다. 김 감독은 당시 LG 트윈스 사령탑이었다.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은 3-0으로 앞서있던 9회에만 세 차례 투수를 바꿨다. 그러자 김 감독은 박용택 타석에 신인 투수 신동훈을 투입했다. KBO는 김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과 함께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스포츠 정신 훼손과 야구팬들의 실망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KBO의 대처가 다르다. 야구 규칙 위반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 문제라는 것이다. 현장 감독의 판단에 따른 조치인 만큼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상황은 같은 데 잣대는 다른 KBO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