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KT 이사회 거수기 전락…경영고문 관련 논의 전무”

입력 2019-03-27 11:20 수정 2019-03-27 11:25
KT 황창규 회장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는 KT 경영고문단이 최소한의 사내 견제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는 물론 감사기구도 관련 사항을 보고받지 않았고 일체의 문제 제기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53회 분량의 KT 이사회 의사록을 입수해 전수 조사한 결과, ‘경영고문’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KT는 매년 9~12차례 이사회를 열었지만 ‘경영고문 운영지침’ 관련 안건은 의사록 어디에도 없었다. 이사회에서는 회사의 주요 내규나 정관 제·개정을 의결하거나 임원 퇴직금 규정, 준법지원인 선임 및 준법통제 기준, 지배구조위원회 운영 규정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KT가 경영고문 위촉·운영과 관련해 유일하게 제시한 내규인 ‘경영고문 운영지침’ 관련 안건은 의사록에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KT 이사회 자체가 황창규 회장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회는 이 기간 동안 의결 안건 211건, 보고 안건 196건을 다뤘는데 5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99%)이 원안 가결·접수됐다.

이 의원은 황창규 회장의 ‘황제 경영’에 감사위원회도 눈을 감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전원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는 회계·업무를 감사하고 업무 보고도 요구할 수 있으나, 이사회 정기 보고는 회계관리제도 운영 평가에 한정됐다. 특정 현안을 감사, 보고한 사례는 2018년 말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누가 보아도 의심스러운 고문단의 존재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5년 내내 몰랐다는 것은 내부 견제 장치와 자정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것”이라면서 “주주 대표 소송,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외부의 견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은 KT가 2014년부터 14명의 경영고문에게 20억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주면서 전방위적 로비에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KT는 이들의 활동 내역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