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맹활약했다.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의 맹공을 버텨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3월 A매치 데이에서다. 한국은 김민재의 활약 덕에 수세에 몰렸음에도 2대 1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콜롬비아의 원정 5연승도, 무승 행진을 이어가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의 악연도 끊어냈다.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은 4-1-3-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투톱으로 나서고, 이청용과 황인범, 이재성, 그리고 정우영이 중원을 맡았다. 수비라인은 김민재와 김민재를 필두로 홍철과 김문환이 꾸렸다. 전날 장염 증세로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던 김승규 대신 조현우가 선발 골키퍼로 나섰다.
김민재는 전반부터 맹활약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4일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김영권과 안정적인 호흡을 보이며 콜롬비아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종종 상대 반대편 빈 곳을 향해 정교한 롱 패스도 뿌렸다.
콜롬비아가 경기 초반부터 많은 세트피스를 가져갔다. 예리 미나 등 제공권 싸움에 장점을 잇는 센터백으로 득점 기회를 노렸지만, 김민재가 깔끔하게 커버했다. 볼 소유권은 콜롬비아가 더 많이 가져갔지만 위협적인 기회는 한국이 더 많았다. 손흥민이 전반 16분 첫 골을 넣었다.
후반은 콜롬비아가 완벽하게 주도했다. 후방에 무게중심을 뒀던 전반전과 달리 라인을 높게 끌어올렸다. 점유율과 공격의 흐름을 손에 쥐고 공세를 퍼부었다. 최전방에 선 손흥민과 황의조는 공격적인 유효카드로 작용할 수 없었다. 교체 투입된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체력적 이점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중원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뒤에서 공이 오지 않다 보니 손흥민이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오는 일도 발생했다. 정우영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무뎌졌다.
콜롬비아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후반 13분 이재성에게 실점을 당하면서부터였다. 루이스 디아즈와 루이스 무리엘은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하메스의 활약을 바탕으로 조금 더 전진해 직접 슛을 노릴 수 있었다. 자연스레 양측 풀백으로 나선 홍철과 김문환의 과감한 오버래핑도 제한 될 수밖에 없었다.
김민재가 버텨냈다. 중원을 장악했음에도 정작 콜롬비아의 슛은 중앙으로 두드리지 못했다. 공격의 창끝은 김문환이 버티고 있던 좌측 측면으로 향했다. 콜롬비아가 수세적으로 몰린 한국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공격권을 쥐고 추가골을 노렸지만 김민재의 수비벽은 단단했다. 원 볼란치로 나선 정우영이 체력적으로 고갈된 상황에서 콜롬비아의 공격대형을 무너뜨렸다. 공중 볼을 깔끔하게 클리어링 했고 주력이 빠른 상대 공격수와 경합에서는 힘으로 눌렀다.
김민재는 지난 22일 볼리비아전(1대 0승)에서도 권경원과 깔끔한 호흡을 선보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마친 바 있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이후 중국 슈퍼리그로 둥지를 옮기며 기량 저하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경기력으로 답했다. 이달 A매치에서 더욱 단단해진 김민재의 수비벽은 팬들의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