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무거운 가방은 호텔에 맡기세요”… 국토부-제주항공, 수하물 위탁서비스

입력 2019-03-27 06:30
이지드랍 서비스 포스터. 국토교통부 제공

지난해 여름 A씨는 아내, 3살 난 딸과 3박 4일간 휴가를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문 앞에 나서자마자 이미 지쳤다. 여행 일정은 나흘인데 아이 옷에 물놀이용품, 기저귀, 간편식까지 챙기다 보니 여행 가방 두 개에 유모차, 기내용 작은 가방까지 넘치는 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까지 왔지만 출발시간의 압박 때문에 짐을 들고 뛰어야 했다.

앞으로는 여행 가방 없이 빈손으로 공항에 갈 수 있게 됐다. 정부와 항공사가 도심 내 지정된 장소에서 수하물을 택배로 공항에 보내면 여행지의 공항에서 짐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주항공과 협업해 공항 밖에서 수하물을 보내고 해외공항 도착 후 찾아가는 신개념 수하물 위탁서비스 ‘이지드랍(Easy Drop)’을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국토부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공항 종합 계획’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이다. 기존의 수하물 택배 서비스와 도심공항터미널의 장점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수하물 택배 서비스란 수하물을 택배로 공항에 먼저 보내고 승객이 짐을 찾아 항공사에 직접 위탁하는 방식이다. 도심공항터미널에선 탑승을 수속할 때 수하물을 위탁하고 있다.

이지드랍 서비스는 우선 제주항공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28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수하물을 접수하는 곳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홀리데이 익스프레스 호텔이고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다. 오는 5월 31일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지드랍 처리 절차도. 국토교통부 제공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승객은 해당 장소에 마련된 체크인 카운터에서 본인 확인 등 보안절차를 거친 후 탑승권을 발급받고 수하물을 맡기면 된다. 항공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인을 해놓으면 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항공사에 접수된 짐은 출발하는 날짜까지 보관됐다가 출발 당일 이동해 항공편에 탑재된다. 분실이나 훼손을 우려하는 승객들을 위해 보관, 이동과정은 호텔과 차량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녹화한다.

국토부와 인천공항은 시범운영을 거치면 접수·보관·이동 등 세부 절차를 가다듬을 계획이다. 향후 대형항공사의 사업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에어포터사가 런던 히드로·개트윅 공항을 출발하는 6개 항공사(아메리칸항공, 영국항공, 캐세이퍼시픽, 핀에어 등) 승객을 대상으로 수하물 자택접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료는 4만5000원 정도다.

국토부 진현환 항공정책관은 “항공여행객이 연간 1억 명을 넘어서면서 공항 혼잡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행 편의는 높이고 항공보안은 강화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