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6일 검경수사권 조정 자체안을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논할 가치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포함해 패스트트랙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함께 논의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맡고 있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한국당의 자체안 발표 직후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당이 자체안을 내놓은 목적은 패스트트랙 협상을 깨기 위해서라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당장 한국당 안의 옳고 그름을 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 의원은 “패스트트랙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한국당 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내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검경수사권 조정 5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경찰법·국가정보청법(신설)·정부조직법)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조정안은 수사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고 기소권과 수사통제권은 검찰이 행사하도록 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다. 대신 검찰의 사법 통제 수단은 보다 강화했다. 권 의원은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되 1차적 사법통제는 검찰이, 2차적 사법통제는 법원이 하도록 제도화해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 검찰이 ‘특수사건’에 한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남겨둔 부분을 지적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에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검찰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자체안을 발표하며 한국당은 사법개혁과 관련한 패스트트랙 협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권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사법개혁 등 국가운영시스템 개혁을 선거제도의 부속물인 것처럼 야당과 거래하려고 한다”며 “거래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시도 그 자체로써 비판받아 마땅하다. 패스트트랙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과 연계해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 입법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다만 협상 자체는 난항을 겪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공수처장 추천위에 야당 추천 3인을 확보하는 등의 안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사개특위 간사들과 함께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