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김시래·이승현·양홍석, 불 지피는 PO 사나이들

입력 2019-03-26 15:36 수정 2019-03-26 15:45
왼쪽 부터 김시래, 양홍석, 이승현, 이정현. KBL 제공

봄 농구를 맞이한 사나이들의 치열한 6강 플레이오프(PO)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KBL) PO 초반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정현(전주 KCC), 김시래(창원 LG), 이승현(고양 오리온), 양홍석(부산 KT)은 각 팀의 핵심 선수들이다. 6강 PO 결과도 이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이정현은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6강 PO 2경기에서 평균 19점을 올렸다. 지난 23일 1차전에서 26점, 25일 2차전 때 12점을 넣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이정현은 1차전 승부처마다 귀중한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는 오리온 최진수의 집중 견제에 막혀 득점이 줄었다. KCC는 2차전 패배로 오리온과 1승 1패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주포 이정현에 대한 KCC의 기대감은 그대로다. 이정현은 4쿼터 승부처나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KGC 소속이던 이정현은 4쿼터 종료 2초 전 86-86 동점 상황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천금 같은 레이업슛을 넣은 바 있다. KCC 입장에서는 27일 고양체육관에서 펼쳐지는 오리온과의 PO 2차전에서 이정현이 되살아나야 한다.

김시래는 지난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T와의 6강 PO 1차전에서 22점 1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특히 김시래는 팀이 패배 위기에 몰린 4쿼터 막판 연속 5득점을 올려 85-85 동점을 만들었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는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득점과 어시스트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쳐 1차전 LG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김시래의 PO 경험이 큰 자산이다. 김시래는 울산 현대모비스 소속이던 2012-201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10.3점 5어시스트 3.3리바운드로 활약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이듬해 LG로 팀을 옮긴 김시래는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김시래는 자신의 득점뿐 아니라 동료들의 슛 기회를 돕는 능력이 뛰어나다. 김시래의 손을 거쳐야 빅맨 김종규와 제임스 메이스의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 26일 창원 홈에서 열리는 2차전도 ‘해결사’ 김시래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오리온은 살아난 이승현의 모습이 반갑다. 이승현은 KCC와의 PO 1차전에서 6점 1리바운드로 부진했다. 허일영이 3점슛 7개 포함 23점 8리바운드로 활약했지만 팀 패배를 막기 어려웠다. 다행히 이승현은 2차전에서 19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여기에 최진수(18점) 허일영(12점)으로 이어지는 오리온 포워드 3인방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승현은 2015-2016시즌 오리온의 우승을 이끈 챔피언결정전 MVP 출신이다. 당시 이승현은 시리즈 6경기에서 14.2점 5.5리바운드의 좋은 성적을 남겼고, 공수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더욱 빛났다. 오리온이 특유의 포워드 농구를 살리고 시리즈 전세를 뒤집으려면 이승현의 오름세가 필요하다.

KT는 PO에서 ‘막내’ 양홍석의 활약이 더 중요해졌다. 프로 데뷔 2년차인 양홍석은 올 시즌 생애 첫 PO 무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규리그 때와 변함없이 당돌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동료 형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양홍석은 지난 PO 1차전에서 15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KT 국내선수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KT의 팀 컬러는 외곽포 위주의 공격을 구사하는 ‘양궁 농구’다. 정규리그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10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지난 1차전에서는 이러한 공격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KT의 3점슛 성공률은 23.5%(34개 시도, 8개 성공)로 저조했다. 양홍석이 3점슛 4개를 시도해 2개를 적중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성공률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