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고(故) 박왕자씨 피살사건과 관련한 과거의 발언을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금강산 관광 중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박씨의 사건을 ‘통과 의례’로 표현한 9년 전 주간지 기고문이 재조명돼 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씨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는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의 질문을 받고 “취지가 조금 잘못(전달)됐다. 그런 적은 있지만 (박씨를) 지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금강산 관광 중이던 2008년 7월 11일 아침 해안가를 산책하는 과정에서 북한 육군 해안초소병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북한에서 출입을 허용한 지점을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놓고 남북의 주장은 엇갈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0년 4월 주간지 기고에 박씨의 피살사건을 ‘우리가 겪어야 할 통과 의례’로 표현했다. 당시만 해도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였지만,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금은 자격 논란을 촉발한 원인이 됐다.
“한국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고수가 철회되어야 한다”거나 천안함 폭침사건을 북한의 도발이 아닌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NLL, 금강산과 관련해 발언의 취지가 조금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 내 입장은 확고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며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NLL을 지키면서도 서해 평화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건은 (북한의) 사과, 진상조사, 재발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일관적으로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위원들의 여러 지적에 “(SNS 글이나 과거 발언의)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후보자) 지명 이후에 내 인생을 냉철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언동을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평소에 장관 후보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죠”라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고, 이때 인사청문회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