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이 아이폰을 뛰어넘을까… 애플, 콘텐츠에 집중했다

입력 2019-03-26 11:27 수정 2019-03-26 14:23
팀쿡 애플 CEO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의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이 아이폰 등의 하드웨어 대신 강조한 것은 동영상과 뉴스, 게임 등 소프트웨어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결합하겠다는 애플의 철학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넷플릭스 등이 선점한 시장에 애플이 후발 주자로 뛰어든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했다. 최근 애플이 신제품들을 공개한 뒤라 이날 발표는 아이폰 등 하드웨어보다는 서비스 공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 등 프리미엄 버전의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일단 애플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이날 발표에 대한 평가다. 그동안 팀 쿡 애플 CEO는 콘텐츠와 서비스 플랫폼이 애플의 진정한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나로 통하는 것이 진정한 애플의 플랫폼 환경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의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했다. 애플 홈페이지에 소개된 애플TV 플러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이날 이벤트에서 팀 쿡이 가장 강조한 것도 애플TV였다. 이미 시장에선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애플TV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과거 애플TV가 아이튠즈에 있는 콘텐츠만 소비할 수 있었다면 이날 발표한 내용은 모든 OTT(Over The Top) 애플리케이션을 애플TV에서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OTT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말한다. 자신의 애플 ID만 입력하면 미리 등록해 둔 HBO 등의 OTT 서비스에 로그인해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애플TV를 사용할 수 없었던 한국에서도 서비스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였다. 애플은 애플TV를 현재 세계 10개 국가에서 100여 개 이상 국가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은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와 다른 점은 애플TV 앱이 여러 OTT 서비스를 운영하는 개별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직접 서비스를 구독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애플TV만의 콘텐츠도 서비스한다.

이어 팀 쿡이 소개한 애플TV 플러스다. 최고 수준의 아티스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바로 애플TV 플러스다.
“뛰어난 스토리는 세상을 바꾸고 감동을 준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한 팀 쿡은 “스토리는 서로를 연결해 주고 문화에 대한 공감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스토리를 풀어주는 것은 결국 아티스트들이고, 그들과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애플TV 플러스를 소개했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의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했다. 애플 홈페이지는 오프라 윈프리의 다큐멘터리를 애플TV 플러스의 콘텐츠로 소개했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TV 플러스를 소개하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 등도 무대에 올랐다. 스필버그 감독은 ‘어메이징 스토리’의 새로운 시리즈를 소개했고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즈 위더스푼이 모닝쇼를 진행했다. 오프라 윈프리도 심리와 정신 건강에 대한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이미 넷플릭스와 아마존에서 오랜 시간 스트리밍 시장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경쟁사에 비해 서비스가 얼마나 더 대단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챗햄 로드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콜린 길리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아마존이나 넷플릭스보다 더 큰 오리지널 콘텐츠를 출시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미국의 소비자들은 피로도가 쌓인 상황”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어 눈길을 끈 것은 팀 쿡이 가장 먼저 소개한 뉴스다. 애플은 3년 전부터 ‘애플뉴스’를 서비스했다. 직접 뉴스를 골라내고 이용자의 성향과 연령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하는 식의 서비스를 지향했다. 이번엔 뉴스 서비스를 매거진 형태로 확대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애플뉴스와 함께 매월 9.99달러를 내는 유료 서비스 ‘애플뉴스 플러스(애플뉴스+)’다. 애플뉴스 애플리케이션 안에 애플 뉴스+를 넣어 뉴스를 유통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꾸렸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 매거진 유통을 시도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이번엔 매거진 커버에 영상을 넣을 수 있는 ‘라이브 커버’와 함께 인터렉티브 요소를 넣었다. 종이 편집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단순히 넣는 게 아니라 맞춤형으로 새롭게 편집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도 발표했다. 최근 서비스 국가를 늘리고 있는 애플 페이는 올해 말이면 40여 국가에서 쓸 수 있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사용할 수 없다. 애플은 애플 페이에 새로운 서비스를 붙였다. 애플이 직접 관여하는 신용카드인 ‘애플 카드’다.
애플과 골드만삭스, 그리고 마스터카드가 함께 운영한다. 골드만삭스는 애플 카드를 통해 처음으로 신용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팀쿡은 “골드만삭스는 이제까지 한 번도 신용카드 사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파격적인 서비스를 꾸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며 파트너십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카드는 현물이 아니라 애플 페이를 위한 것이다. 신청과 사용, 운용 모두 아이폰에서 이뤄진다. 가상의 신용카드인 셈이다. 신청은 단순하고 수수료는 낮다. 저렴한 이율, 뛰어난 보안도 강점이다.

특히 수수료의 경우 연회비나 해외 이용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연체되거나 결제일을 늦춰도 연체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한다는 점에 애플은 집중했다. 팀 쿡은 “이용자가 카드를 어떻게 쓰는지 들여다보지 않고 수집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밖에 새로운 게임 콘텐츠 환경도 소개했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다. 현재 게임 서비스는 돈을 내고 앱을 사거나 무료로 내려받은 뒤 앱 내에서 콘텐츠나 아이템을 구매했다. 무료의 형태를 띄고는 있지만 지속적인 결제를 요구하는 만큼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애플은 구독 형태로 돈을 지불한 뒤 여러 게임을 추가 구매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라고 ‘애플 아케이드’를 설명했다. 이미 100여개 이상의 게임이 준비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