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길 부장판사가 김은경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한 3가지 이유

입력 2019-03-26 05:15 수정 2019-03-26 06:29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63)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김은경’의 이름이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667자의 기각 사유를 언론에 배포했다. 박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박 부장판사는 “일괄사직서 징구 및 표적 감사 관련 혐의는 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 새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인사수요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당 임원에 대한 복무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에 비춰 이 부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했던 관행이 법령 제정 시부터 현재까지 장시간 있었던 것으로 보여 피의자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 물증이 다수 확보됐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 접촉이 쉽지 않다는 점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지난 22일 오후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해오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환경부 산하 임원 관련 동향 파악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 전 장관은 2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 57분까지 약 6시 30분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은 “최선을 다해 설명해 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심문을 마치고 서울 동부구치소에 대기하던 김 전 장관은 “앞으로 조사 열심히 받겠다”고 말한 뒤 귀가했다.

한편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등을 주장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 12월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