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스냅백’(snapback) 조항을 하노이 선언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스냅백 조항은 협정 위반 등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부여한 혜택을 철회하는 조치를 말한다.
뉴시스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일부 외신을 대상으로 한 회견에 앞서 작성한 발언문에서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신축성 있는 입장을 취했다”고 적었다.
발언문에는 고위급 협상을 주도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북측의 분노와 적대감이 묻어났다. 발언문에는 “미 국무장관 폼페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들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하였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제2차 수뇌회담 이후 미국 고위관리들 속에서는 아주 고약한 발언들이 연발되고 있다. 특히 볼턴은 대화 상대방인 우리에 대해 말을 가려하지 못하고 자기 입에서 무슨 말이 나가는지도 모르고 마구 내뱉고 있다. 그런 식으로 우리 최고지도부와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 그 후과가 어떠할 것인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볼턴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 내용은 최 부상의 평양 회견에 참석했던 러시아 타스, 미국 AP통신 등 외신들의 보도에는 빠져있다. 최 부상이 이 문장을 작성해놓고 실제 회견에서는 읽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생 관련 제재 일부 해제’라는 북한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비핵화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협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 수용을 전제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합의문이 마련돼 있었지만, 오늘은 서명하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제재 완화 때문에 회담이 이렇게 됐다”고 책임을 북한에 넘겼다. 북한이 ‘영변 플러스 알파’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제재 해제를 원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설명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