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플레이어? “최선희 ‘중재자’ 부정 보도 부정확”

입력 2019-03-26 10:54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중재자가 아닌 플레이어”라고 말했다는 외신 기사는 부정확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최 부상은 “중재자보다는 촉진자적인 역할”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 직후 국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이 북한에서도 퇴짜를 맞았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25일 뉴시스가 단독 입수한 평양 기자회견 질의응답 일부 녹취에 따르면 최 부상의 ‘플레이어’ 발언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녹취에 따르면 최 부상은 모두 발언 뒤 이어진 외신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최 부상은 “문 특보가 말하듯이 지금 시점에서 남조선(남한)은 중재자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중재자는 조미(북미) 회담에서 그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남조선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당사자 격으로도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조선은 중재자 역할이 힘들고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문 특보가)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외신을 통해 전해진 최 부상의 발언 중 ‘플레이어’란 표현은 ‘당사자’라는 말의 영문 번역으로 추측된다.

그는 이어 “저는 (문 특보의) 발언을 듣고 그것이(문 대통령의 역할이) 조금 더 중재자보다는 촉진자적인 역할이라는 것은 이해할만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최 부상의 발언은 문 특보가 지난 1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화의 동력을 살리고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한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중재자라기보다 촉진자”라고 언급한 것에 동의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미국 AP통신, 러시아 타스통신은 최 부상이 “문 대통령은 중재자가 아닌 플레이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고, 이를 국내 언론들이 인용보도하면서 “북한이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했다”는 식으로 전해 논란이 커졌다.

워싱턴포스트(WP)도 최 부상의 중재자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노력이 북한에서도 완전히 인정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한편 통일부는 뉴시스의 녹취록 보도에 대해 “원문을 확보하지 못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