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시소코는 이번 시즌 시작 전만 해도 방출 대상 1순위였다.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홋스퍼 팬들은 시소코의 출전 소식을 들으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시소코가 환골탈태했다. 팬들은 “그가 없었다면 토트넘은 3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칭찬하고 있다. 7개월 만에 토트넘 핵심 선수로 변신한 것이다.
시소코는 2016-2017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 당시 토트넘 역대 최고 이적료인 3000만 파운드(약 441억 원)를 기록하며 이적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탄탄한 피지컬과 직선적인 드리블을 활용한 매서운 돌파를 보여준 덕분이었다.
그러나 시소코의 토트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폭발적인 속도가 사라졌고 기술 발전은 부족했다. 속도가 사라지니 단점이었던 투박한 드리블이 더 부각됐다.
볼 간수 능력이 훌륭한 선수가 아니었으니 공을 빼앗기는 상황이 빈번했다. 패스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피지컬은 무용지물이었다. 지난해 3월 풋볼 런던이 그에게 B-를 줬을 만큼 시스코의 상황은 않았다. 시소코는 토트넘이 기대했던 능력을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달라졌다. 의외의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빅터 완야마가 시작부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에릭 다이어는 지난해 11월부터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탄탄한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하던 두 선수를 대체할 자원은 시소코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울며 겨자 먹기’식 출전이었지만 시소코는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순식간에 살림꾼으로 등극했다.
시소코는 주로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박스 투 박스는 우리 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상대 팀 페널티 에어리어까지를 뜻하는 용어로 엄청난 활동량으로 운동장을 지배한다. 수비 능력과 공격 능력 둘 다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다.
이 역할은 시소코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시소코는 안정적인 수비 능력으로 오른쪽 수비 블록을 담당했다. 간헐적인 돌파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었다. 지치지 않는 활동량은 90분 내내 운동장을 누빌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다이어가 담당하던 빌드업은 해리 윙크스가 맡았다. 시소코는 완야마의 피지컬에 공격 본능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로 재탄생하며 토트넘의 3위를 이끌었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블랙 스완’으로 탈바꿈한 시소코가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