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탁신계 1위 유력하지만…사실상 군부정권 승리

입력 2019-03-25 18:18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8년 만에 실시된 24일 태국 총선에서 탁신계 푸어타이당의 제1당 등극이 유력하지만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끄는 군부 정권은 당분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군부 정권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총선 개표율 94% 기준 비공식 개표결과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푸어타이당이 하원의원 500석 중 135석을 차지하고, 군부 정권 지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117석을 획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득표수의 경우 팔랑쁘라차랏당이 768만표, 푸어타이당이 721만표로 군부 정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정당 퓨처포워드당은 80석을 확보, 3위에 차지해 예상 밖 선전을 했다. 태국 대표 보수 정당인 민주당은 53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2001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 탁신계는 이번에도 원내 1당 자리를 지켰지만, 짠오차 총리의 재집권을 막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푸어타이당은 이념이 비슷한 퓨처포워드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도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데 필요한 376석(상·하원의원 750명의 과반)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팔랑쁘라차랏당은 군부 정권의 새 헌법에 따라 이미 250석을 확보한 상태로 126석만 차지하면 된다.

선거 결과를 두고 태국 국민들이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 민주주의 회복보다 정국 안정이라는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창당된 퓨처포워드당이 선전한 점을 미루어볼 때 재임 시절 부정부패 의혹을 받았던 탁신 전 총리 등 야당 인사보다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민심이 반영됐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군부 집권 이후 5년 만에 실시된 이번 총선을 두고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태국 국민들은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 적잖은 무효표 등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결과 조작을 의심 하고 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최종 투표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까지 집계된 투표율은 65~66%에 그치고 있다. 무효표는 전체 유권자의 5.6%에 해당하는 198만여표가 발생했다. 뉴질랜드 재외국민들의 투표용지 1500여장은 선거 마감 시간인 24일 오후 5시까지 해당 지역구에 배송되지 못해 무효처리 됐다.

최종 개표 결과 발표가 한 달 이상 미뤄지는 것도 논란되고 있다. 선관위는 오는 5월8일 이전 선거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관위는 비공식 개표 결과마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일부 태국 정치인은 팔랑쁘라차랏당이 득표수 1위를 차지했다는 선관위의 발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