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 3시간 동네청소… “대한민국 안 망하는 이유”

입력 2019-03-26 00:08 수정 2019-03-26 00:16
디시인사이드 캡처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하늘을 뒤덮던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자랑거리 갤러리’에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 아래 회색빛이었을지 모를 네티즌들의 마음을 달랜 글 하나가 올라왔다.

‘동네 청소한 게 자랑’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는 작성자 A씨가 도로변으로 추정되는 곳에 버려진 다량의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운 내용과 그 사진들이 담겨 있다.

도로변에 버려진 쓰레기들. 디시인사이드

A씨는 “최근에 이쪽으로 귀가하는데 갓길 쪽에 쓰레기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냥 쓰레기장인 줄 알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미세먼지 덕분에 마스크 끼고 출발” “쓰레기 줍기 시작” 등 현재시제를 사용해가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묘사했다.

A씨가 도로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데 사용한 수레. 디시인사이드

현장에 있던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담배꽁초, 물병, 음료수 캔, 음식물 쓰레기 순이었다. 청소를 위해 수레까지 동원한 A씨는 “봉지에 담아 버리는 건 그나마 양반”이라며 “그냥 투하해놓으면 치우기 힘들고 냄새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A씨는 현장에 있던 쓰레기 중 사용 후 내던져진 기저귀가 “제일 어이 없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저귀를 버렸을 누군가에게 “차에서 애기 X 닦고 창문 밖으로 왜 던지는 거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A씨가 3시간여 만에 도로변 청소를 마친 뒤 보이는 풍경. 디시인사이드

A씨의 ‘청소 대장정’은 3시간여 만에 끝났다. A씨는 “큰 쓰레기들과 음식물은 가져올 수 없어서 한 군데 모아뒀고 담은 쓰레기들은 집으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게시판 이름이 ‘자랑거리 갤러리’인 것이 영 마음에 걸렸는지 “창고에 쓰레기 늘어나는 건 안 자랑” “저 쓰레기 돈 내고 버려야 되는 것도 안 자랑” “내일 모레 30인데 백수인 것도 안 자랑”이라고도 적어 웃음을 자아냈다.

A씨는 “이상 쓰레기는 쓰레기통에^^”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A씨의 글은 같은 커뮤니티 내 ‘HIT 갤러리’에 게시돼 6만5000여건의 조회수와 2700여개의 추천을 받았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다. HIT 갤러리는 디시인사이드 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게시물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이다.

네티즌들은 “당신이 진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 “진짜 깨끗해졌다. 고생했다” “그 누구도 안 하는 걸 시간 내줘서 공짜로 해줬다. 고맙다”는 등 반응을 보이며 A씨를 옹호했다. “환경미화원 특채되겠다”라며 재치 있는 댓글을 남긴 네티즌도 있었다.

보배드림 캡처

A씨의 선행을 “대한민국이 안 망하는 이유”라고 소개한 커뮤니티도 있었다. 경제상황 악화 등으로 삶이 어려워진 와중에 빛난 개인의 선행을 칭찬하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 네티즌은 “저런 인간들이 많아 XXX들이 나라 말아먹어도 대한민국이 쓰러지지 않고 버틴다”고 적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기꺼이 좋은 일을 해준 A씨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