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 로비사단 위촉부터 고문료지급까지 주도했다

입력 2019-03-25 14:56
황창규 KT 회장이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그란비아에서 열린 MWC19(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황창규 KT회장이 ‘KT 로비사단’이라 불리는 경영고문의 위촉부터 고문료 지급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관·군·경으로 구성된 경영고문 명단을 밝힌 데 이어 25일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경영고문 운영지침’을 공개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군 장성 1명, 퇴직 경찰 2명, 고위공무원 출신 3명, 통신업계 인사 2명 등 총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20억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경영고문에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과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적게는 매달 500만~1300만원을 받으면서 경영고문으로 근무했다.

경영고문 운영지침과 위촉계약서도 소개했다. 이 의원실은 이 서류가 4년 넘게 20억원이 넘는 막대한 회사 돈으로 운용된 KT 경영고문의 실체를 입증하는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KT경영고문 운영지침 중 일부 발췌. 이철희 의원실 제공

운영지침에는 “회장은 (경영)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을 갖고 있다”(제5조)고 돼 있다. 또 제7조에는 경영임원이 추천한 고문의 경우 최종 위촉 여부는 회장이 결정하도록 했다.
경영고문을 위촉하는 데 최초 결정권자는 황 회장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 “복리후생 기준은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제14조)거나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회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17조)는 등의 문구를 통해 황 회장이 경영고문 제도를 사실상 직접 운영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이 의원은 “황 회장이 위촉한 소위 ‘경영고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이 KT의 본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활동내용이나 실적에 대해 증빙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수십억원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KT 감사와 이사회가 제대로 감독을 해왔는지 주주총회에 보고는 있었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KT노조는 황 회장을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KT새노동조합은 2016년 당시 황 회장이 엔서치마케팅이란 회사를 KT 종속기업인 나스미디어를 공정가액보다 424억원이나 높은 가격에 인수하도록 해 KT에 막대한 피해와 손해를 입혔다며 업무상배임죄와 조세범처벌법위반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노조가 26일 검찰 고발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황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연루자인 이동수 전 KT전무, 조선일보 사장 사위인 한모씨 등과 공모해 당시 자본금 2억6000여만 원의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을 KT와 종속기업 나스미디어가 600억 원에 인수하도록 했다. 이는 당시 공정가치보다 무려 424억여 원이나 더 높은 가격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또 황 회장이 권력 주변의 인물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이들에게 적게는 월 400여만원에서 많게는 1300여만원의 보수를 지급해 총 20여억원을 지출한 것도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