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국제축구연맹(FIFA) 3월 A매치 데이에서 고개를 숙였다. 아르헨티나는 23일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1대 3으로 패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의 스타 파울로 디발라는 벤치에 앉아 씁쓸한 표정으로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모두의 시선은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에게 향했다. 메시에게 이 경기는 2018 러시아월드컵 탈락 직후 약 9개월만의 대표팀 복귀전이었다. 3월 A매치는 아르헨티나에 의미가 남달랐다. 오는 6월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를 준비하는 시작점이었다. 월드컵 이후 A매치가 신예 선수들을 살펴보는 실험대였다면 이젠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차례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1대 3 패배. 메시까지 풀타임 가동하며 승리를 다짐했던 아르헨티나로서는 충격이 컸다. 디발라는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가 뛸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스리톱을 시도했다.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스리톱은 디발라에게도 익숙한 시스템이다.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마리오 만주키치와 함께 종종 나섰던 경험이 있다. 그때 디발라의 자리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그 자리는 메시가 차지했다.
그동안 아르헨티나를 거쳐갔던 몇몇 감독들이 메시와 디발라의 공존을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메시는 소속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달리 대표팀에서는 직접적으로 골망을 조준하기보다는 중원 장악에 힘을 싣는다.
디발라 역시 비슷한 성향을 띤다. 메시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성향이 짙다. 전방과 2선을 오가며 방향 전환이 잦은 왼발 드리블을 주로 한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틈틈이 내려오는 메시와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다. 디발라와 메시를 같은 2선에 놓았을 때 가뜩이나 불안한 수비 밸런스가 더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메시와 디발라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 감독 입장에서는 메시를 포기할 수 없다.
메시가 없는 동안 팀을 이끌었던 디발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다양한 신예 선수들을 선발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팀의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11월 멕시코를 상대로 대표팀 데뷔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월드컵의 실패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하는 아르헨티나에서 메시의 자리를 대신했다.
디발라는 26일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는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메시가 베네수엘라전에서 치골에 부상을 입고 곧바로 바르셀로나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다시금 메시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꿩 대신 닭으로 나서야 하는 셈이다. 대표팀에서 메시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디발라의 운명이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