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는 호전적이다. 특유의 승부욕과 활기찬 움직임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스페인에서 유소년 선수 시절을 보낸 만큼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하며 넓은 시야를 가졌다.
빗나간 승부욕이 자신은 물론 팀 전체에 해가 되는 순간도 있다. 옐로카드를 받았던 지난 22일 볼리비아와 A매치에서 그랬다. 이승우는 모처럼 많은 시간을 출전했다. 그동안 벤투호에서 후반 40분이 넘어서야 교체 투입돼 적은 시간만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이날은 달랐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투입됐다. 후반 18분 나상호를 대신할 첫 번째 교체카드로 선택받았다.
체력적 이점을 지닌 이승우의 움직임은 활기가 넘쳤다. 체격과 신장에서 우위에 있는 상대 수비수들과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승우의 존재는 압도적인 중원 장악력 속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대표팀 공격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득점 기회도 있었다. 후반 36분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상대 수비수들을 제친 뒤 곧바로 골대를 향해 날렸지만, 너무 힘이 들어갔다.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슛이었다.
문제의 순간은 1분 뒤 발생했다. 이승우는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와 부딪혀 공격 전개의 흐름이 끊겼다. 이때 눈을 마주친 볼리비아 선수에게 달려가 신경전을 벌였다. 자칫 양 팀 선수들의 몸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하프라인 부근에 서 있던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직접 이승우를 제지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주심은 곧바로 달려와 이승우의 액션이 과격했다고 판단하고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0-0 상황에서 공세를 퍼붓던 한국의 흐름은 1분가량 끊길 수밖에 없었다. 만일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이청용의 천금 같은 헤딩골이 없었다면, 이때 끊긴 흐름은 두고두고 회자됐을 수 있다.
책임감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과한 행동으로 카드를 받았다. 선발로 나설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경기력만이 아니라 성숙한 경기 운영도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세운 원칙을 바탕으로 선수를 선발하며 경기를 운영하는 성격이다. 기존 선수들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예기치 못한 변수는 절대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이승우가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