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은 또 있었다. 이 피해 여성은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1차 무혐의 처분 후 이듬해 그와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함께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긴 자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24일 보도에 따르면 ‘김학의 동영상’ 속 피해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A씨는 김 전 차관 1차 무혐의 처분 이후 그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여성 B씨의 자술서도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피해자다.
B씨는 자술서를 통해 김 전 차관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폭언과 폭력, 성범죄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학의에게 술을 못 마신다고 하자 ‘네가 뭔데 내 술을 거절하느냐,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 모자를 쓰고 있느냐’며 폭언을 했다”고 적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그의 만행은 폭언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윤씨와 함께 성폭행 시도를 했다. 가까스로 자리에서 도망쳤지만 근처 주차장에서 윤씨에게 붙잡혀 끝내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B씨는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진술도 했다. 그는 “‘김학의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은 김학의가 맞는 것 같고, 여성은 내가 아는 A씨인 것 같다”며 “A씨가 경제적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 윤씨의 강요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3년 검찰은 “성폭행이 아닌, 경제적 대가를 바란 자발적 행위로 보인다”며 “동영상 속 남성을 특정할 수 없다”고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었다. 이후 B씨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검찰은 이듬해 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김학의 사건’ 재수사할까… 뇌물 수수부터 살필 듯
지난 22일 밤 태국으로 출국하려던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 피해자가 조사를 받은 만큼 김 전 차관의 신분을 사실상 피의자로 볼 수 있어 출국금지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25일 열리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의혹 중 먼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보고할 예정이다. 보고를 받은 과거사위가 재수사 권고를 의결하면 법무부 장관이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
조사단은 우선 2013년 수사 당시 적용하지 않았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뢰 혐의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에도 포함돼 있다.
성접대의 경우 통상 공소시효가 5년인 일반 뇌물죄가 적용된다.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집중적으로 성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07~2008년으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 하지만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이라면 공소시효는 15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 주변 계좌와 금품거래를 추적할 근거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을 벌인 특수강간 혐의 역시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이를 적용해 김 전 차관을 수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조사단은 특수강간 혐의는 우선 수사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 21일 진상조사단 소환 조사에서 성접대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청와대 외압 조사도 불가피
6년 전 사건 초기, 당시 박근혜 정부가 경찰에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외압과 관련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청와대 등의 외압 의혹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2013년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을 냈다. 이듬해 피해 여성 A씨가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전 차관 첫 수사 당시 경찰 지휘 라인이 수사 착수 한 달여 만에 모두 교체됐던 사실도 있다.
당시 누군가가 수사를 무마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검·경이 고의적으로 부실수사를 했다면 직무유기죄를 검토할 수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소시효(7년)가 남아있고, 2014년에 있었던 2차 수사에 대해선 직무유기죄 적용이 가능하다.
조사단 관계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부실수사 원인이 청와대가 그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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