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백인 여성 전유물 아냐” 韓 페미니즘에 세계적 관심

입력 2019-03-24 14:41
잭 도시 트위터 CEO(왼쪽)과 작가 페넬로프 바지외. 뉴시스

전 세계가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트위터’의 최고경영자 잭 도시는 한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대표적으로 ‘스쿨미투’를 꼽았다. 그는 스쿨미투 발화 과정에서 트위터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을 파악하고 이를 촉진시키기 위해 한국 여성단체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프랑스의 작가 페넬로프 바지외 역시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페미니즘은 비단 백인 여성의 몫이 아니다. 한국 여성들은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 백인 여성의 것 아냐”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을 펴낸 페넬로프 바지외의 기자간담회가 2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렸다. 이 책은 차별이 일상인 사회규범에 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여성 30인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다. 성차별과 가부장제, 여성에게만 강요된 엄숙주의, 종교적 제약, 인종차별, 장애 등을 이들이 어떻게 극복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바지외는 이 자리에서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버닝썬 게이트’를 언급했다. 그는 “클럽 ‘버닝썬’ 사태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프랑스에서도 충격적인 일은 종종 발생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프랑스의 성평등 문제는 한국보다 덜 드러나있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젠틀맨’ 이미지가 있지만 그 안에 문제점이 많다. 프랑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금을 20% 덜 받으며 가정폭력에도 노출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투운동도 있었지만 많은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모두가 피해자 편을 들지 않는 것 같았다”며 “오히려 여성 피해자들이 대중의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피해자가 보호받고, 가해자가 처벌 받는게 맞는데 ‘여자가 조심했어야지’라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고 지적했다.

바지외는 “한국 여성들은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내가 특별히 조언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국 젊은 여성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다. 내 만화 이야기보다는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더라”라며 “그게 훨씬 흥미로웠다. 한국 여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훨씬 더 깊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책과 관련해서는 “내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며 “세상을 바꾼 대단한 여성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삶에서 개인의 역사를 바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페미니즘이 현대 백인 여성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20세기 백인의 것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시대와 국가를 아우르는 여성상을 담아내고 싶었다. 여성 각자에게 주어진 차별적 상황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삶을 개척해 나갔는지 소개하고 싶었다”며 “책에 들어갈 인물을 선정하면서 많은 기준을 고려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는 ‘한국의 페미니즘’에 긍정적 역할”

잭 도시 트위터 CEO는 트위터가 페미니즘 운동에 긍정적인 조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쿨미투처럼 트위터가 만든 공론장이 한국 사회를 한층 앞선 미래로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트위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자찬했다. 트위터의 영향력만큼 한국 내 페미니즘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트위터코리아가 발표한 지난해 트위터 주요 키워드는 ▲페미니즘 ▲스쿨미투 ▲몰카(불법촬영)였다. 아울러 지난주 트위터 최대 키워드는 ▲세계여성날이었다. 트위터코리아는 이를 기념하면서 정치·사회 분야 여성 리더와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영향력 있는 여성을 릴레이로 소개하는 ‘#SheInspiresMe’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잭 도시는 이날 기자간담회 후 봉은사 연회 다원에서 여성 단체들과 만남을 갖고 전 세계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는 ‘미투 무브먼트’와 여성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단체연합·오픈넷·한국생명의전화 관계자 9명이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위터를 통해 사회의 변화가 시작되는 사례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트위터에서 촉발된 학교 내 성범죄가 ‘스쿨미투’라는 형태로 발화한 현상에 대해 여성 단체들의 다양한 현장 얘기를 경청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