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 실무자의 증언 “박관천이 찾아와 VIP부담스러워 한다고…”

입력 2019-03-24 08:52 수정 2019-03-24 12:04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막기 위해 직접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직접 경찰을 방문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박 전 행정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KBS는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의 증언을 토대로 박근혜정부가 갓 출범한 2013년 3월 초 경찰청 수사국이 김학의 별장 성 접대 동영상 사건의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청와대가 직접 압력을 행사해 수사를 막았다고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첩보를 확인한 수사국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임을 확인했다. 첩보 확인 직후인 3월 5일 경찰청 수사국 최고 책임자인 김학배 국장이 수사 실무 책임자를 불러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별장 성 접대 동영상에 대한 수사 착수에 부담을 토로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KBS에 말했다.

당시 경찰 수사 실무 책임자는 KBS에 “국장이 나에게 인사권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굉장히 부담스럽다. 범죄첩보에 대해 얘기해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얼마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 박관천 행정관이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 김 수사국장과 만났다고 했다.

당시 경찰 수사 실무 책임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면서 지금 이 첩보내용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엄지손가락 보이면서 이분의 관심 사안이라고 했다”며 “VIP가 관심도 많고 이거 큰일 난다. 이 사안에 대해 진행되는 게 굉장히 큰 문제다. 뭐 이런 표시를 했다는 것이지”라고 KBS에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행정관은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경찰청을 방문한 적이 없고 이 같은 언급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박 행정관의 보고 라인은 직속 상관인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이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인사검증 후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업무 소관이 아니라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도 “박 행정관에게 이런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2013년 청와대에서 김 전 차관의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박 전 행정관 조사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 접대 의혹 영상을 확인하고도 김 전 차관 임명을 강행했고,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씨가 임명 배후였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행정관은 박근혜 청와대에 파견 근무 중 정윤회가 비선실세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2014년 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중 보고서를 작성했고, 보고서가 그해 11월 세계일보를 통해 보도되면서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행정관은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냐”며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이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박 전 행정관은 문건 유출이 아닌 골드바 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