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출석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던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밤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지당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환에 불응한 뒤 자취를 감췄던 김 전 차관의 그간의 행적과 향후 신병 확보 여부에 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22일 밤 김 전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다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에 의해 억류당했고 뒤이어 법무부가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김 전 차관은 공항 안에서 6시간 동안 대기 하다 이튿날 오전 5시쯤 출입국장을 빠져 나와 준비된 차량을 타고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 검찰에 의해 피의자로 입건 됐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만큼 신병 확보 근거가 없어 출국 금지 외에 추가 조치를 하지는 못했다.
한겨례는 법무부 관계자가 “공항에서 김 전 차관이 출국한다는 보고가 올라와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며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긴급출국금지조치를 했다”고 말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매체는 또 다른 법무부 관계자가 “김 전 차관에 대해 체포가 가능한 사안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차관은 22일 밤 11시쯤 인천공항 티켓 카운터에 와서 23일 0시20부 인천에서 방콕으로 가는 타이에어아시아엑스 703편 티켓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겨레는 설명했다. 이 티켓은 오는 4월4일 돌아오는 일정의 이코노미석 티켓이다.
출입국관리법은 도주 우려가 있는 수사 피의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법무부 장관의 사후 승인을 전제로 출입국관리 공무원에게 출국금지를 긴급하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된 사람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김 전 차관은 그동안 자신의 집이 아닌 강원도의 한 사찰에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는 김 전 차관의 부인이 “한 사찰에서 남편이 아는 주지 스님과 함께 지내고 있고 연락은 안 된다”고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매체는 또 김 전 차관이 지금처럼 ‘무대응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김 전 차관 부인이 밝혔다고 전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에게 지난 15일 소환을 통보했지만 김 전 차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과 소환 일정 조율 등을 통해 조사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만큼 소환 대상자가 출석을 거부해도 강제구인할 수 없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강원 원주시의 한 별장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기소 의견으로 김 전 차관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피해 여성이 고소장을 제출해 2차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 또한 무혐의로 결론 났다.
조사단이 김 전 차관을 한 차례도 소환하지 못한 채 수사 종료 기간이 임박해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법무부는 다음날 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