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장관 영장 청구에 대한 한국당 논평 ‘내첵남블’

입력 2019-03-23 10:38


지난 정부에서 임용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청와대를 겨냥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윗선은 누구인가”라는 논평을 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22일 오후 5시35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김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이날 밝혔다. 구속 여부는 25일 오전 10시30분 서울동부지검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사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직원들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용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24명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에게 사표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또 낙점 인사들에게 채용 정보를 미리 전달해주는 등 산하기간 임원으로 채용되도록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부인하며 ‘윗선’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윗선’이 청와대라는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 감사관실과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7월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된 뒤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이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직접 해명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환경부는 재공모를 통해 문재인 캠프 환경특보 출신 유성찬 현 상임감사를 임명했다.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인 민주당은 유감을 표명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부처장관이 산하기관 인사와 업무에 대해 포괄적으로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라며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장을 청와대와 부처가 협의하는 것 역시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또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인사권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면서 “재판부가 관련법에 따라 공정한 잣대로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국민은 묻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윗선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또 “김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용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에 대해 사퇴를 종용하고 현 정권에서 추천한 인사를 앉히려고 한 혐의”라며 “이 정부가 그렇게 비판하면서 수사하고 처벌한 전형적인 블랙리스트이며 낙하산 불법 특혜 채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또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명확한 혐의와 정황들이 드러나는데도 청와대는 체크리스트일 뿐이라고 지록위마(指鹿爲馬)의 변명을 하며 사실상 검찰을 압박했다”며 “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라는 청와대의 내첵남블(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 궤변은 검찰에 통하지 않았나 보다”고 지적했다.

“어느 국민도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김 전 장관의 단독 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김 원내대변인은 “청와대가 왜 억지 주장을 했는지 그 이유도 알고 있다. 국민은 묻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윗선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 수사를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각료는 김 전 장관이 처음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