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태국인 성폭행’ 피해자 측에 “호감 있지 않았냐” 질문한 경찰

입력 2019-03-23 05:00
MBC

클럽 버닝썬 VIP의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피해 여성에게 2차 가해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버닝썬 내의 이른바 ‘물뽕(GHB)’을 사용한 성폭행이 연일 보도되면서 주목받았던 피해 사례가 있다. 태국인 VIP 고객이 한 여성을 숙박 업소로 데려가 성폭행한 사건인데, 피해자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9일에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따르면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버닝썬에서 태국인 남성이 주는 위스키를 마셨다. 이후 정신을 잃은 A씨가 눈을 뜬 곳은 호텔 침대였다. A씨는 그곳에서 심한 폭행을 당하며 강제로 성관계까지 맺었다.

A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CCTV에는 A씨가 별다른 저항 없이 태국인 남성을 따라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A씨는 평소 주량보다 적은 술을 마셨음에도 정신을 잃은 점에 주목해 남성이 위스키에 약물을 탔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약물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

여성은 남성이 물뽕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물뽕은 음료에 몇 방울만 타 마셔도 10~15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다소 취한 느낌이 든다. 성범죄에 자주 악용되기 때문에 ‘데이트 강간 약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통상 하루, 이틀만 지나면 약물 검사 과정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3개월째 수사 중에 있다. 태국인 남성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피해자의 주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A씨는 경찰이 지지부진한 수사를 벌이며 자신에게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고 22일 MBC에 주장했다.

경찰은 A씨와 버닝썬에 갔던 지인을 참고인으로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A씨 지인은 “(조사) 마지막쯤에 ‘근데 피해자가 그 태국인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았냐’고 물었다”며 “아니라고 대답했더니 ‘피해자는 진짜 호감이 있어서 그랬을 수 있지 않냐’는 식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왜 이런 거로 거짓말을 하겠냐”면서 “수사 과정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클럽 안에서 가해자와 친근한 사이처럼 보였다는 진술이 있어 확인차 물어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