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빌드업 축구, 결국 밸런스가 중요하다

입력 2019-03-25 21:49
파울루 벤투 감독. 뉴시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 흐름을 가져오고, 중거리 패스로 상대 팀 수비를 한 번에 허물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과감한 전진 패스도 넣어야 한다. 사실상 중앙 미드필더가 모든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기성용은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으며 벤투 축구의 시발점을 담당했다. 그래서 기성용이 없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대표팀 경기력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지난 1월에 열린 아시안컵이다. 축구팬들은 지난 1월에 열렸던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8강에서 탈락한 이유로 기성용의 부재를 꼽았다. 대체자들은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하며 기성용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꾸지 못했다. 날카로움을 상실한 한국대표팀은 절호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점유율 축구는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8강에서 카타르에 패배하고 말았다.

그때 뛰었던 정우영(알 사드 SC),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주세종(아산무궁화)이 이번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새로운 인물들도 가세했다. 백승호(지로나 FC), 김정민(FC 리퍼링)이 그 주인공이다. 모두 기성용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출처=kfa 인스타그램

하지만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과 똑같은 선수는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찾을 수 없다”며 “팀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밸런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팀을 잘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성용이 빠진 자리에 대체자를 찾기보단 밸런스를 높이겠다고 말한 것이다.

대체 선수들이 기성용보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백승호, 황인범은 유망주다. 정우영, 주세종은 냉정하게 기성용만큼 무게감이 없다. 현재 중앙 미드필더 선수들의 실력은 빌드업 축구를 완성하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실력 역시 단기간에 성장할 수는 없다. 벤투 감독의 발언은 ‘기성용 대체자’라는 타이틀을 붙여 선수에게 부담을 주기보단 전술 훈련으로 팀 조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밸런스를 어떻게 전술로 구현할 수 있을까. 답은 공격진영이다. 중앙 미드필더의 날카로운 패스 공급과 돌파만 기대할 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데는 기성용의 부재뿐 아니라 권창훈의 부재와 구자철의 부진도 컸다. 축구팬들이 이승우의 투입을 바랐던 것도 시원시원한 돌파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아시안컵 탈락은 중앙 미드필더의 전진 패스 부재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진이 한데 겹친 결과였다.

희망의 싹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전에 복귀한 권창훈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권창훈은 수비수 세 명을 벗겨 내는 폭풍 드리블, 유려한 턴 이후 왼발 슈팅을 선보이는 등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며 벤투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승우도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개인 능력을 발휘해 상대 수비를 허무니 중앙 미드필더의 부담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지난 볼리비아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한 황인범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황인범을 비롯한 중앙 미드필더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밸런스는 중앙 미드필더 한 포지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수들이 성장해 기성용이 떠난 자리를 잘 메울 수 있도록,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밸런스를 찾을 수 있도록 코치진과 선수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