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송종국, 차두리’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양쪽 풀백을 책임졌던 선수들이다. 이영표는 왼쪽 측면을 책임졌고, 송종국과 차두리는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했다. 박주호도 전성기였던 2010년대 초반에는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며 이영표가 떠난 자리를 잘 메워줬다. 이 선수들이 있었기에 국가대표팀의 측면은 한동안 걱정이 없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더는 구석에 박혀 있는 포지션이 아니다. 풀백은 중앙수비수들과 함께 강력한 수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활발한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대팀의 수비라인을 허물어야 한다.
특히 빌드업 축구를 지향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에서 풀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빌드업 축구는 유기적인 패스로 상대팀의 수비라인을 흩뜨린다. 조직적인 패스를 막는 데 집중하는 사이 공격에 가담한 양쪽 풀백에 공이 전달되면 상대 팀 수비조직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 그때 흔히 말하는 ‘컷백’을 활용한 골이 터지게 된다. 잉글랜드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의 카일 워커나 스페인 축구팀 바르셀로나의 호르디 알바가 풀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최근 국가대표팀의 풀백은 옛날의 명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왼쪽부터 살펴보자. 벤투 감독이 부임할 때 1순위로 꼽았던 홍철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뭔가 다른 수비수”라고 얘기했던 김진수의 활약도 미진하다.
오른쪽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대표팀 핵심으로 불린 이용은 어느덧 33살이다. 최철순도 32살이다.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할 타이밍이다. 김문환이 오른쪽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전문 풀백도 아닐 뿐더러 경험이 부족해 최철순과 이용이 떠날 자리를 혼자 도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축구 팬들은 풀백 선수들의 공격력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크로스가 문제로 지적된다. 뛰어난 공격 방법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측면을 공략해 다른 기회를 창출하거나 치명적인 기회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크로스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풀백 선수들의 크로스 성공률은 몹시 낮다. 크로스를 올려서 슈팅 또는 결정적인 헤딩 패스 등 위협적인 장면으로 이어지면 성공으로 간주한다. 크로스가 골로 이어져야만 성공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닌데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지난 1월에 열린 2019 아시안컵이 풀백의 공격력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유럽 빅리그 기준 크로스 성공률은 대체로 20~30%다. 하지만 스포츠매틱스에 따르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좌우 풀백들의 크로스 성공률은 6.5%였다. 크로스를 31번 시도했는데 2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8강 카타르전에서는 5.9%였다. 크로스를 17번 시도해서 1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 국가대표팀은 8강에서 카타르에 패배했다.
벤투 감독의 축구가 중앙밀집수비를 뚫지 못할 때, 부정확한 크로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빌드업 축구의 목표는 유기적인 패스로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이 작전이 잘 맞아 들면 크로스 횟수는 아시안컵 중국전처럼 10개 내외다.
하지만 작전이 안 맞아 들면 패스가 측면으로 자주 전개된다. 이때 크로스가 부정확하면 상대 팀 수비는 쉽게 공을 걷어내고 어렵사리 가져온 공격 기회가 쉽게 사라지게 된다. 점유율이 높아도 골을 넣지 못하는 경기가 계속되고 상대 팀 역습 한 방에 패배하기도 한다. 그게 카타르 전이었다. 크로스 성공률이 낮다고 해서 풀백 선수들의 오버래핑 침투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국가대표팀 공격 작업에서 풀백 선수들의 기여가 거의 없는 셈이다.
볼리비아 전에선 그래도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2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친선전에서 풀백 선수들은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었다. 수비는 안정적이었다. 공격 부문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청용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홍철의 크로스는 일품이었다. 김문환은 크로스는 부족했지만 특유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볼리비아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하지만 “전체 경기를 봤을 때 공격에서 무조건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 콜롬비아를 상대해봐야 한다”며 여전히 의문을 던지는 팬들도 있었다.
혹자는 “한국 선수들에게 유럽 빅리그 선수들 클래스를 바라냐”고 반문한다. 팬들은 그정도 클래스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전술에서 풀백들이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수비적인 풀백은 벤투 감독의 철학을 절대 실현해줄 수 없다.
만약 풀백 선수들이 공격 면에서 지금 같은 실력을 보여준다면, 국가대표팀은 강팀을 만나든 약팀을 만나든 다시 아시안컵에서 겪었던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