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수 정준영(30)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행의 특성과 피해자 측의 법익침해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불법촬영·유포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이 정한 구속의 요건을 살피면서 불법촬영·유포 범죄의 특성과 2차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는 풀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부장판사는 21일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피의자가 제출한 핵심 물적증거의 상태 및 그 내역 등 범행 후 정황,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의 특성과 피해자 측의 법익침해가능성 및 그 정도 등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상대 여성 몰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를 받고 있다.
구속 여부 판단과 관련해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수사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이고, 증거 인멸 우려 등의 요건이 추가로 인정돼야 한다. 정씨의 경우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정씨의 구속 사유를 밝히면서 “범행의 특성과 피해자 측의 법익침해가능성 및 그 정도”를 ‘특별히’ 언급했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이른바 ‘몰카 범죄’라고 하는 불법 촬영·유포 범죄의 특성과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고려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헬프미 법률사무소 이상민 변호사는 22일 “법원이 ‘범행의 특성, 피해자 법익침해가능성’을 추가적으로 언급한 것은 SNS와 메신저 등을 통해 무차별 유포될 수 있는 불법촬영·유포 범죄의 특성과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심화될 수 있는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법 촬영물은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데다가 완벽하게 지우기 쉽지 않다. 게다가 2차 피해가 점점 커질 수 있다. 법원이 이런 점을 고려해 구속 사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변호사는 “최근 검찰에서 불법촬영·유포 범죄에 대한 엄단 의지를 표명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며 “법원에서도 증거인멸 등 우려 외에 불법촬영·유포 범죄의 특성과 2차 피해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을 지낸 노영희 변호사도 “법원도 수사기관들처럼 불법촬영․유포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씨만의 특유한 범죄 혐의 등을 살펴보니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그 부분을 특별히 언급하면서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 범죄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해 구속 수사 원칙을 강화했다. 검찰은 피해자 식별이 가능한 경우, 사적 영역을 침입해 촬영한 경우, 보복·협박을 목적으로 한 경우, 상습적인 경우 등에 해당될 때 원칙적으로 피의자를 구속해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2019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한 뒤 “우리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범죄 중 불법 영상물 유통은 영리 목적이든 아니든 가장 나쁜 범죄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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