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은 강정호에게 목을 매고 있다. 이 점에 구역질이 날 정도다.”
지난해 4월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의 론 쿡 기자의 ‘강정호가 피츠버그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칼럼 내용이다.
론 쿡 기자는 “지금 (강정호를 받아들일 수 있나)? 우리가 강정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도? 우리는 콜린 모란과 함께 가야 한다. 그것만이 옳은 길”이라며 강정호와 강정호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한 피츠버그를 비판했다.
그간 강정호가 저지른 범죄는 한두 건이 아니다. 2016년 6월 시카고에선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불기소처분됐지만 연이어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그해 12월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치고 한국을 찾은 강정호는 강남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냈고, 뺑소니까지 저질렀다.
처음도 아니었다.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 이어 세 번째 음주운전이었다. 앞선 음주운전은 보도된 적이 없었기에 야구팬들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2017년 3월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8개월을 선고했다.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메이저리그 복귀에 실패했던 그는 지난해에야 다시 비자를 발급 받아 피츠버그에 입단했다. 강정호는 입단 후 공식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현지 언론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와도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론 쿡 기자의 칼럼이 나온 지 1년. 강정호는 시범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강정호는 시범경기 13경기에 출장해서 36타수 7안타 6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1할 9푼 4리로 낮지만, 장타율은 7할 2푼 2리, OPS는 0.997에 이른다. 21일(현지시간)에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를 3루수 외에 유격수로도 기용하겠다”며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강정호의 활약을 바라보는 피츠버그 팬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듯하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의 아담 비트너 기자는 지난 9일 (현지시간) ‘설문 : 강정호는 여전히 버림받은 사람, 피츠버그 구단주 밥 너팅은 안토니오 브라운만큼 인기가 없다’는 기사에서 “응답자의 37%가 강정호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3루수(강정호)가 여전히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강정호가 피츠버그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선수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설문결과를 잘 들여다보면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는 그를 약간만 좋아한다고 답했지만 27%는 그를 많이 좋아한다고 답했다. 강정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닌 셈이다.
갖가지 범죄를 저질렀던 강정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희대 체육학과 곽은창 교수는 용서하자는 입장이다. 곽 교수는 “교사, 스포츠 선수 등 공인은 완벽한 이상을 실현하기를 요구받지만, 그들도 한 인간에 불과하다”며 “충분히 반성하고 대가를 치렀다면 강정호를 용서하고 인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겠나”고 주장했다.
이는 피츠버그 구단의 방침과도 같다. 밥 너팅 피츠버그 구단주 역시 2017년 2월 22일 “실망만 하고 있을 수 없다. 강정호가 변화할 수 있도록 파이어리츠 자선 단체와 리더십 프로그램 등 구단 시스템을 통해 강정호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권상희 교수는 엄격한 잣대와 재기의 기회,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공인인 운동선수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되, 실수를 만회하고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운동선수들은 대중에게 호소하는 힘을 갖고 있으므로 운동만 잘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모델이 되는 만큼 무조건 용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영원히 기회를 막고 용서하지 않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강정호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권 교수는 “체육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행동 양식을 통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강정호뿐만 아니라 스포츠계 전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윤리 코드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9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강정호의 활약이 지속된다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강정호를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야구만 잘해서는 절대 팬들의 상처받은 마음과 부정적인 인식을 돌릴 수 없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