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왜 신어야 하죠?” 일본식 미투 ‘쿠투운동’ 바람

입력 2019-03-23 00:32

전세계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의 바람이 비껴간 나라 중 하나인 일본. 그곳에서 요즘 여성들의 ‘하이힐 신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쿠투(KuToo)’ 운동이 거세다. 쿠투운동은 여성들이 직장이나 면접장에서 높은 굽의 구두를 착용하도록 강요받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쿠투는 구두를 뜻하는 일본어 ‘쿠츠’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여성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KuToo’란 해시태그를 달고 하이힐이나 펌프스를 신고 일해야 하는 그들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일본 NHK가 19일 보도했다.

쿠투운동은 지난 1월 일본의 유명 여배우 이시카와 유미가 과거에 호텔 아르바이트 당시 경험을 이야기한 게 계기가 됐다. 이시카와는 “남자들은 낮은 신발을 신는데 여자들은 왜 고통을 참아가며 하이힐을 신고 일해야 하는가”라며 “여성이 일할 때 높은 구두를 신어야 하는 관습을 없애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시카와 유미

그러면서 그는 “힐을 없애라는 게 아니다. 신고 싶은 사람은 신기를 바란다”라며 “나는 성별에 따라서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시카와의 트윗을 공유하며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함께 이야기했다. 네티즌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구두를 신어 피가 나는 발꿈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구직 활동을 할 때 구두를 신어야 하는 것이 너무 싫다”라며 “오사카에서 5분 동안 걸었는데 발이 피투성이가 됐다. 그렇지만 예의 때문에 벗을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의 회사 규정을 공개하며 “여자에게만 이런 규정이 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이런 구두를 신으면 업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시카와는 온라인 서명 사이트를 통해 1만4000명 이상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여성의 복장 문제만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예의 중시’의 관습을 꼬집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정장을 반드시 입어야 하는 규정 등에 대해 남성 직장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