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한 징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윤리심사 자문위원회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추천 몫의 자문위원들이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자문위원은 각각 더불어민주당이 4명, 한국당이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씩 추천해 구성했다.
한국당 추천 위원들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잔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5·18 망언 징계를 피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며 “한국당 추천 위원들이 갑자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국회 윤리특위를 무력화시키려는 계획돈 의도에서 나온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더 이상 5·18 망언 의원을 감싸려는 시도를 중단하기 바란다”며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극우 정당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당장 징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민주평화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5·18에 대한 한국당의 조직적 방해행위가 명백하다”며 “한국당의 꼼수”라고 규정했다.
정의당도 ‘한국당의 꼼수’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한국당 추천 위원들이 전원 사퇴해 징계가 차질을 빚게 됐다”며 “한국당은 앞에서는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뒤에서는 징계를 막을 꼼수만 연구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즉시 징계에 착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당은 ‘박근혜 정당’이 아니라 ‘전두환 정당’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5·18 망원 의원들에 대한 징계 논의안이 접수된 뒤 처음으로 열린 지난 18일 비공개 회의에서 위원장 선임 문제를 두고 논의가 바로 중단됐다. 첫 안건인 위원장 선임에서부터 의견이 갈리면서 본안에 해당하는 징계 논의는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야당 추천 몫의 위원들은 오히려 ‘민주당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자문위 관례상 연장자가 위원장을 맡도록 돼 있는데, 민주당이 위원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급하게 나이가 많은 자문위원으로 새로 위촉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날 위원장에 임명된 장훈열 변호사는 2주 전인 지난 4일 새로 위촉됐다. 반면 민주당은 “기존 위원이 중앙당 윤리심판원 부원장에 임명되면서 해촉됐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절차라는 반박이다.
징계 논의 수위 및 속도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여야 추천 위원들은 위원장 선임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5·18 폄훼 장본인 3인방에 대한 징계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하자고 주장했지만, 여야 협의 과정에서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결국 여야 합의로 ‘사안이 시급하거나 중대성 있는 경우 윤리심사자문위가 합리적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 자문위로 넘겼다. 위원장을 어느 쪽에서 잡느냐에 따라, ‘시급한 사안’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 윤리특위는 5·18 폄훼 의원 3인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등 모두 18건을 심사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